탄력을 받고 있는 유럽의 대체에너지 개발

김지호 | 입력 : 2011/04/13 [06:13]

일본의 원전 사고에 충격을 받은 유럽은 갈등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에너지로 까지 평가되어 왔던 원자력이 이제는 버릴 수도 안 버릴 수도 없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경제적인 이유로 관심을 끌지 못하던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영국의 풍력 발전기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환경론자들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 유럽 각국 에너지 생산의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전력수요 75%를 보유 원전 59기에서 생산하는 프랑스가 가장 높고 이어서 벨지움은 52%에 이르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23%와 18%로서 한국 35%, 일본 29%에 비하면 다소 낮지만 미국의 8%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원전위험성에 놀란 유럽 각국의 대응

이중 독일과 영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독일은 보유 원자로 17기에 대한 2022년 폐쇄 일정을 12년 연장키로 했던 지난해 처리되었던 법안집행을 3개월간 중지한 후 재 논의를 하고, 30년 이상 노후한 7기의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19기를 보유한 영국은 신규건설예정이던 11기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력의 75%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별다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원전 반대 여론 확산의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원전 관리를 해왔다면서 계획을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공언하고 있다.

물리학 박사로서 환경장관을 역임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일본과 같은 고도의 선진국에서 명백한 불가능이 가능으로, 절대적인 비현실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모든 상황이 변한 것이다”고 강변하고, 3개월의 유예기간에 “독일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모든 방안들을 면밀히 다루어 질것”이라고 발표했다. 3개월 유예조처가 국가적 원자력 진행의 단순지연으로 끝날 것으로 우려하는 사회민주당의 가브리엘 당수는 “2022년 원자력 종료” 계획으로 되돌아 갈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총리는 ‘원자력의 계획적인 종료’와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박차를 가할 것임을 약속했다. 총리는 이러한 조치로 인한 경제회복에 대한 여파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임을 인정하면서도 “세계경제의 타격적인 피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타 유럽 국가에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는 매우 낮은 독일에서 환경단체들은 원전의 2020년 철폐를 주장하고 있고, 전국에서 10만명 이상이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60%이상의 독일인들이 향후 5년 이내에 원전가동을 중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조명을 받는 재생에너지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 독일에서 원전 7기의 잠정적인 가동 중단이 폐쇄조치로 이어지면 재생에너지 산업에 즉각적인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로비그룹인 bee는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가 2020년까지 독일 전력 수요의 47%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10년 현재 585kwh(kilowatt hour) 로서 전력의 23%를 생산했던 원자력을 상회하는 것이다. 하지만 7기를 포함한 더 많은 원전이 폐쇄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의 부족분에 대한 해결과제가 남아 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정부는 10mw를 생산할 파력발전기 10기의 4천만 파운드(한화 약800억) 프로젝트를 3월 중순 승인했다. 1년여의 실험발전을 마친 이 파력발전기는 스코틀랜드 서부해안의 아이러(islay) 섬 연안 협곡해저에 2013년-2015년 사이에 설치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 죤 스위니 재무상은 “세계최초이자 최대인 이 파력발전기 설치는 파력 에너지 개발의 시금석이 될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수년 내에 팬트랜드 퍼스(pentland firth)지역에도 1600mw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재생에너지 연합의 ceo 키스 앤더슨은 “이번 정부의 결정은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해양 재생에너지의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   해저에 설치되는 파력발전기
영국 세필드 소재의 pulse tidal사에 의해 세계-최초(world-first) 라고 명명된 기당 1mw의 생산능력을 갖춘 파력발전용 어레이는 풍력발전기와 비슷한 바람개비와 같은 형태로 해저바닥에 세워져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어레이는 노르웨이의 hammerfest strom as가 제조한 hs1000 터빈을 장착하고 있다.


한편 지역의 반대로 답보상태에 있던 스코틀랜드에 인접한 잉글랜드 북동부 라우더(lauder)지역의 풍력 발전기 건설도 다시 논의되고 있다. 풍력 발전기 건설사인 pne wind 측은 100기에서 10기로 축소한 조정안에 대한 주민 공청회를 지난 달에 개최한 후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영국 남단의 섬인 아일오브와이(isle of wight)는 두 개 지역에 태양열 발전시설을 승인했다. 

탄력을 받고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논의

일본 원전의 사고로 원자력에 대한 위험성이 노출되면서, 투자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낮아 높은 관심을 끌지 못하던 대체 에너지 개발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이 대체 에너지 논의가 달아오르면서 가스발전도 청정 에너지의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로비그룹들은 원자력에 대한 공격으로 비추어 지는 것을 우려하여 적극적인 홍보는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남의 불행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대체 에너지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탄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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