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크리스 훈 에너지장관, 실형 위기

버림받은 아내의 러시안룰렛 게임
김형국 기자 | 입력 : 2011/07/29 [05:44]
▲크리스 훈 에너지장관
크리스 훈(Chris Huhne) 에너지장관이 법정에 서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2003년 과속에 대한 벌점을 아내에게 떠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기소를 위해 수사자료를 검찰기구인 CPS(Crown Prosecution Service)에 28일 이관했다. CPS는 자료를 검토한 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형사법정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혐의는 정가에 루머로 나돌았으나, 지난 5월 훈 장관의 전처 비키 프라이스(Vicky Pryce)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힘으로써 수면위로 떠올랐다. 훈 장관은 지난 6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에 아내와의 25년 결혼생활이 깨졌다"고 사실을 시인하고, "그 이유는 카리나 트리밍햄(Carina Trimingham )과의 관계가 깊어졌기 때문이다"고 밝힌바 있다. 트리밍햄은, 5자녀의 아버지로서 손주까지 본, 57세의 훈장관보다 13살 연하로서 양성의 레즈비언이다.

가디언과 인디팬던트의 경제분야 저널리스였던 훈 장관은 2007년 자민당 경선에서 당수후보로 출마해 현재 부수상인 닉 클래그(Nick Clegg)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바 있는 실력 있는 중견 정치인이다. 트리밍햄 또한 언론인 출신으로서, 당시 크리스 훈의 경선캠프에 참가했고, 현재는 그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전처 프라이스가 선데이타임즈에 밝힌 사건의 내용에 따르면 '2003년 저녁 남편의 차가 케임브리지와 런던사이 M11 고속도로의 30마일로 속도를 제한한 공사 중인 구간에서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힌 후, 남편은 누가 차를 몰았는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후 그녀는 벌점 3점을 받았는데, 자신은 그 차를 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성질 급한 운전자인 남편이 당시에 벌점이 9점이나 있어 3점 추가로 12점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는 상황이었기에 자신에게 떠 넘겼다, 하지만 결국은 그 해 말에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되어 벌점 3점이 추가되어 면허가 정지되었다"고 진술했다..   

훈장관은 "그 사실이 정확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초기에는 오래 전에 발생했던 일이라 증거가 없어 별 진척이 없었으나, 지난달 법원이 선데이 타임즈가 보유하고 있는 녹음테이프를 경찰에게 제출하라고 명령을 함으로써 수사가 급진전되었다. 이 테이프에는 훈장관이 전처에게 2003년 벌점 사건에 대해 언론에 말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이달 초 훈 장관이 떠난 후, 전처 프라이스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새벽에 급습하여 자녀들의 휴대폰을 비롯한 증거물들을 압수했다. 휴대폰에는 훈장관이 아들과 이 사건에 대해 엄마를 설득해 달라고 교신한 문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친구는 "새벽에 들이닥쳐 잠자는 애들을 깨우고 휴대폰을 압수한 경찰의 수색에 프라이스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훈장관 뿐만 아니라 허위로 벌점을 대신 받은 전처 프라이스도 실형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사실을 밝혔던 배경은 그녀가 느낀 배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훈 장관은 스캔달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는 곧바로 아내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내연녀 트리밍햄에게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인은 “당시 그녀는 남편과의 업무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으로 옮기기 위해 공직을 그만둔 직후에, 남편의 불륜사실이 밝혀진 것이 그녀를 충격에 빠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해도 그녀가 그 시간에 런던의 LSE 대학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었다고 이미 진술했기 때문에, 훈 장관의 혐의가 벗겨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법정에서 검찰 측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훈 장관이 위기를 모면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거짓진술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어느 길로 가도 그녀는 많은 것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녀의 가까운 친구는 “그녀는 지금 상황에 대한 컨트롤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고 걱정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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