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막을 내리는 2018 유럽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8/12/03 [15:49]

 

유럽 경제에 희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수년간 이어졌던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 지난해에 비로소 활력을 되찾았던 유럽의 경제가 올해 중반부터 풀이 꺾이더니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은 나쁘지 않지만 세계질서와 주변환경의 비우호적인 변화를 극복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내년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에 대한 투명한 청사진이 없어 기업들의 심리적인 위축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는 유로존 19개국의 올해 GDP기준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2.1% 라고 발표했다. EU탈퇴를 앞두고 있는 영국을 제외한 EU 전체 27개국의 평균은 2.2% 이고, 이는 올해 초에 전망했던 EU 전체의 성장률 2.4%에 못 미치는 지난 4년이래 최저치이다. 한편 브렉시트 진행과정에서 홍역을 앓고 있는 영국은 1.3%로서 유로존 평균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내년도 유로존의 전망치는 1.9%, 후년에는 더 낮아진 1.7%로서 유로존의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독일마저 흔들리면서 유로존의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독일은 지난 수년간 0.5% 정도의 성장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 3분기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0.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올해는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EU의 엄격해진 배기가스 배출규제로 인해 독일 자동차 업계의 일시적인 생산차질에 따른 것으로서 독일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예상치도 1.8%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후년에도 1.7%인 것을 보면 독일 경제의 미래를 별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에 관세장벽을 세우면서 중국이 독일의 고급 자동차 수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독일이 유탄을 맞는 셈이다.

 

 

 

문제는 정치야!

 

 

 

한편 이탈리아가 예산주권을 놓고 EU집행부와 정치적 싸움을 벌이면서 유로화 시스템의 근본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GDP 130%인 과도한 부채규모에도 불구 EU의 권고치의 3배에 달하는 GDP 2.4%의 적자 예산안을 편성해 EU 집행부와 극심한 마찰을 빚고있다. 올해 3월 총선에서 포퓰리즘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제1당이 되어 6월 연정으로 집권한 좌파 정권 오성운동이 무리하게 공약을 밀어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좌파였던 지난 정부에서 2011년 연금개혁을 통해 66.7세로 상향 시킨 수령연령을 다시 65세로 낮추면서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오히려 감세를 반영한 과다한 적자예산이 편성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성장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와 내년 예상 GDP 성장률은 각각 1.1% 1.2%EU 국가 중에서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로존 3위의 경제규모인 이탈리아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파탄이 난다면 EU에 가해질 충격은 그리스 재정위기때와는 차원이 다른 메가톤급 쓰나미가 될 것이다. EU가 지난 수년간 재정위기 상황들을 그런대로 잘 극복해 온 것은 독일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메르켈 총리의 유럽공동체와 유로존 수호의지와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난민 우호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로 바이에른주 지방선거 참패한 후 기민당의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금은 더 이상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시대를 긋는 획, 브렉시트

 

 

 

지난달 EU와 영국의 협상팀은 어렵게 극적으로 브렉시트 협상안을 타결했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영국은 보수당내의 강경파들이 메이총리의 협상안에 반발하며 일부 각료들이 사퇴했다. 아일랜드에 국경을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두기로 합의하면서 관세동맹의 잔류기간이 명시되지 않고 영국이 자의적으로 탈퇴할 수가 없어 주권을 빼앗겼다는 것이 주 이유다. 야당들도 협상안에 반대의견을 모은 상황이라, 12월로 예정된 협상안의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측에서는 영국령 지브롤터 문제를 두고 스페인이 협상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합의안에서는 영국과 EU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지브롤터의 미래를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지브롤터는 스페인의 영토이므로 EU가 아닌 스체인과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도 영국바다에서의 자국의 어업권이 보장되지 않은 협상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협상안이 타결되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협상초기에는 그렇게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지 않던 아일랜드와 영국령 해외 영토, 더 나아가서 바다 조업권을 포함한 국경문제가 가장 민감한 갈등요소로 부각이 되었다. 지형적으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일은 바로 이 국경문제가 영국과 EU의 완전한 결별을 막아 주는 안전장치가 된 셈이라서 속으로 웃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329일이면 합의 또는 미합의 어떤 형태로든 브렉시트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2020 12월까지 효력이 유예되는 전환기간을 가질 예정이지만 2019년의 유럽은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질서와 구도가 어떻게 정착되고 또 변화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질서가 태동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군 창설을 제안하고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지를 하고 나선 것이 그 시작이라고 보여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더 나아가서 미국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진정한 유럽의 가져야한다고 역설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모욕적이라며 즉각 불쾌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때문인지 브렉시트 때문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질서를 위한 합종연횡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로 유럽이 대이란 금융제제를 피하기위해 결제기구인 특수목적 법인(SPV)을 설립하겠다고 나선 것도 2차대전이후 형성된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우호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2018년은 2차대전이후 하나의 공동체라는 기치아래 달려왔던 유럽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해가 되는 셈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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