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 보리스 존슨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9/07/02 [16:04]

 

이번 달에 브렉시트 목전에서 표류 중인 영국에 새 선장이 취임한다. 14만 보수당원들의 투표결과에 따라 이달 4째주에나 확정되지만, 영광의 주인공이 보리스 존슨일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은 벌써 와신상담 끝에 왕관을 거머쥐는 풍운아의 롤러코스터 스토리와 앞으로 그가 유럽과 국내에서 펼칠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로 넘어가 있다.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에 따르면 집권당의 신임 당대표는 총선 없이도 전임 당대표의 총리직을 승계 받는다. 따라서 지난 달 24일 메이 총리가 보수당 대표에서 사임함에 따라 보수당의 당대표 선출 경선이 시작되었다. 보수당 규정에 따르면, 2인 이상의 후보가 출마를 하면 의원들의 투표로 최하위 또는 기본수치 미달 득표자를 걸러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당원투표에 부칠 후보 2인을 결정한다. 14만 보수당원들은 2인에 대한 우편 투표를 통해 새로운 당수를 선출하게 된다.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보리스 존슨과 2위의 현 외무부 장관인 제레미 헌트는 전국의 지역 당을 순회하면서 16차례 정견발표와 한번 정도 TV토론을 할 예정이다. 당원들의 투표결과는 이번 달 4번째 주에 발표된다. 이 과정을 통해 후보들은 차기를 위한 인지도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비록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도 2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의회 표결 1라운드부터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유지해 온 보리스 존슨은 당원들의 지지도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달 말에는 보리스 존슨이 다우닝가 10번지에서 23살 연하의 걸프렌드 캐리와 함께 만면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총리 수락 연설을 하고 있을 것이다.   

 

 

 

보리스의 등장은 시대의 부름?

 

 

 

헝클어진 금발 머리로 대표되는 정돈되지 않은 모습에 돌출행동과 유모어가 있는 현란한 말솜씨로 잦은 트러블들을 일으키지만, 현재 영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보리스만큼 인기 있는 정치인은 찾기 어렵다. 반면 EU 잔류파로 분류되는 하나의 국가라는 그룹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수의 보수당 의원들이 보리스만 아니면 누구라도 오케이라는 캐치플레이를 내걸 정도로 반 보리스 정서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브렉시트 표류에 따른 민심이반에 대해 걱정하는 의원들이 보리스를 해결사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이행에 대한 거듭된 실패와 당내 분열로 보궐선거와 유럽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보수당은 당의 와해 위기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된 상황에서 보리스 외의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리스의 성공과 좌절

 

 

 

보리스 존슨이 여기까지 온 지난 과정들을 보면 성공과 실패, 와신상담, 위기와 탈출, 배신과 복수가 펼쳐지면서 반전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보다 못하지 않다. 특히 최근 당권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결단력과 액션의 정확한 타이밍은 그가 결코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는 유년 시절에 부모의 이혼으로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그 덕인지 명문 고교인 이톤 스쿨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옥스포드에 진학해 폭음과 말썽으로 악명(?) 높은 버링톤 클럽의 일원이 되고 그 곳에서 전 총리인 데이비드 카메룬을 만나 교제하면서 정치 마피아로서의 배경을 쌓았다.

 

 

 

졸업 후엔 벨기에 특파기자가 되어 저널리스트의 기로 들어섰다가 조작된 기사인용이 문제가 되어 더 타임즈에서 해고 되는 위기도 맞지만 그의 탁월한 재능을 감지한 데일리 텔레그라프(daily telegraph)에 발탁되면서 가볍게 넘어간다. 그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경력은 BBC의 뉴스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고 승승장구한다. 그는 신문 칼럼, 디너연설, tv 도큐멘트리, 소설 등을 통해 수많은 어록을 쏟아 냈고 그의 신문사설 모음집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야심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치로 뻗게 되고 1997년 총선에 출마해서 고배를 마시지만 4년 후인 2001년에 보수당 당권에 도전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이클 헤설타인의 지역구였던 옥스포드의 헨리지역구를 이어받아 국회에 입성하였고, 7년 만에 런던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이후 3년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친구였던 카메론 수상과의 반대편인 탈퇴파의 리더가 되어 현재 정적이 된 마이클 고브와 함께 탈퇴슬로건을 이끌어 성공함으로써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보리스 존슨은 국민투표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카메론 총리가 사임하면서 시작된 당권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탈퇴운동팀을 함께 이끌던 마이클 고브가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나서자 출마를 포기하면서 현재 총리인 테레사 메이가 총리가 어부지리를 한 셈이다.

 

 

 

와신상담 끝에 권토중래

 

 

 

이 후 테레사 메이 총리 내각에서 외무장관직을 맡았으나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이견으로 항의 사임했다. 합의안 통과 실패로 메이 총리가 당수직에서 사임하면서 3년여 와신상담 끝에 이제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EU 잔류파가 중심이 된 반보리스 정서와 정적이 된 마이클 고브였다.

 

 

 

반 보리스 정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반대파와 권력분점으로 바탕으로 손을 잡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잔류파인 하나의 국가그룹의 리더인 엠버 루드 노동장관과 지속적으로 점심도 같이 하며 유대관계를 쌓아왔다. 항간에서는 두사람의 연합을 의미하는 보리스와 엠버의 머리글자 합성어인 밤보 연합이 희자 되면서 보리스의 당권가도에 파란 불이 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 보리스에게 등을 돌렸고 보리스가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의회에서 총리인준을 막겠다면서 반 보리스의 기치를 들었다.

 

 

 

보리스는 이런 상황에도 개의치 않고 가장 먼저 당권도전을 선언하면서 정면돌파로 치고 나갔다. 이후 엠버 장관은 보리스에게 정권의 2인자 자리인 재무장관을 요구하며 연합을 다시 타진했지만, 보리스는 아무 자리도 약속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녀는 지금 2위 후보인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 지지로 되어있지만 지금으로선 별 의미가 없는 일이 되었다. 한편 보리스 존슨의 최대 정적인 된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은 4차 투표에서 헌트 외무장관을 2표차이로 꺾고 2위로 올라섰었으나 마지막인 5차 투표에서 다시 2표차이로 3위가 되어 탈락했다. 보리스 측 캠프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고브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보리스 지지자들이 헌트 후보에게 전략투표를 한 것 아니냐는 설이 있다. 사실이라면 원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떨어뜨린 셈이다,

 

 

 

구국의 영웅이냐 허풍쟁이냐

 

 

 

보리스 존슨이 예상대로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된다면 그는 최초로 부계로 이방인 직계 혈통을 가진 영국 총리가 된다. 그의 증조부인 알리 케말은 현재 터키가 된 오스만 제국에서 저널리스트이면서 장관을 지냈으며 할아버지인 오스만 알리가 1920년대에 영국에 정착하면서 성을 존슨으로 개명했다. 한편 그의 할머니가 독일의 위템버그 왕가의 후손으로서 영국왕 죠지2세의 먼 후손이기도 하므로 현재의 로얄 패밀리와도 아주 멀지만 친척관계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는 미국으로 이주한 러시아 유대인이다. 보리스 존슨은 자신의 복잡한 혈통에 대해 무슬림, 유대교, 기독교가 다 녹아 섞인 멜팅폿이라고 자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영국의 독립(?)을 외치는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다만 그가 앞으로 어떻게 갈라진 영국인들의 마음을 추스리면서 현명한 방법으로 브렉시트를 이루어 내는지에 따라 구국의 영웅이 될 수도 허풍장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