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화가의 낯선 그림 읽기>

세계적인 거장의 색다른 작품 세계를 탐험
아트데일리 | 입력 : 2011/07/28 [18:22]
세계적인 거장의 색다른 작품 세계를 탐험하는 ‘익숙한 화가의 낯선 그림 읽기’는 유명한 화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가치 있고 아름다운 그림 45점을 소개하고 있다.

유명한 화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을 보는 일은 마치 낯선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것처럼 흥분되고, 설렘을 준다.

익숙한 화가의 명화가 유명해지는 것은 많은 이들이 다양한 해석을 붙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작가를 규정하는 틀을 만들고, 그 틀에 맞춰 작품을 보게 된다. 그래서 빛의 화가 하면 ‘렘브란트’, 누드하면 ‘에곤실레’가 떠오르고, 그 화가는 이러이러한 양식과 주제를 가졌다는 것을 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안전한 감상은 규정된 틀에 맞춰 작가와 작품에 접근한다.

그런데 익숙한 화가의 낯선 그림을 찾는 일은 모험적인 감상 방식이다.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담긴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난 작품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생각의 방식과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익숙한 화가의 낯선 그림 읽기>는 평소 알았던 유명 화가의 명화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가치 있고 아름다운 그림 45점을 골라 ‘화가가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의 실체를 풀어내며, 화가의 눈으로 ‘그림 읽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입체주의 형태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 피카소의 <안락의자의 올가의 초상>은 피카소가 세 번째 연인 올가를 만난 후 생활의 안정을 찾고 행복한 꿈을 키우던 당시의 배경이 고전적 사실주의 화풍으로 드러난 것이다. 구도와 형상을 단순하고 거친 터치로 표현하는 폴 세잔의 <현대의 올랭피아>는 영향력 있는 수집가가 마네의 <올랭피아>에 대해 극찬하자,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심정을 반영해 그린 작품이다. 이렇듯 이 책은 유명한 화가의 색다른 작품 세계를 탐험하며, 우리에게 ‘낯선’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인류 최대의 토목 공사로 불리는 만리장성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 역사는 진시황의 업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실제 산성을 쌓은 것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힘이다. 이렇듯 미술사에 남은 작품에서도 거의 대부분이 힘 있는 이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예술가의 생계를 이들이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시대를 앞서가거나 시대의 가치관에 저항하며 노동자, 빈민, 하녀, 창녀, 동성애 등 사회 약자들에게 관심을 두었다.

이 책에서는 유명하지도 않고, 미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할만큼 화가의 대표작으로 떠오르지 못한, 그러나 마땅히 조명받아야 할 그림을 소개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회적 이슈인 빈곤층의 지나친 노동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헨리 월리스의 <돌 깨는 사람>이나, 하녀의 질박한 삶을 실감나게 그린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물통> 등 예술가의 자발적 창작 의지가 담겨 있는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가의 진정성이 스민 마이너리티 그림에서 그 시대의 진짜 모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것은 ‘artist view다. 그림 위에 저자가 직접 구도, 시선방향, 여백, 배경 색 등을 표시해 화가의 눈으로 그림 읽는 법을 알려준다. 언뜻 보기에는유명 화가의 그림이니까 당연히 잘 그려진 그림이지라고 생각한 그림이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고 나면그림의 바탕을 슬쩍 칠해 미완성처럼 느껴졌는데 이는 의도적인 배경 연출이었구나라든지,소품이 많이 등장해 아주 복잡할 수도 있는데 왠지 그림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이유가 뭘까등의 궁금증을 긁어주고, 그림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화가의 낯선 작품 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당대의 화풍과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미술 기법의 개념, 그림에 영향을 미친 인물 등의 뒷이야기까지 보태져 작품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별다른 지식이 없어도, 처음 보는 그림이어도 스스로 그림을 보고, 읽으며 그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전준엽 저 | 중앙북스 刊 | 2011년 7월 29일 발행 | 335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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