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공들인 중동고 포기 진짜이유는? 교육계 "임직원자녀선발권 갈등"

시정뉴스 | 입력 : 2011/12/29 [02:32]
삼성 이건희 회장이 17년간 육성해온 선친의 모교인 105년 역사의 중동중.고등학교(1906년 개교)에 대한 지원을 올해말로 중단한다.
 
2014년까지 매년 내야할 자율형사립고 지정요건인 법정재단전입금인 학생등록금총액의 5%(3억5천만원)는 연말까지 한번에 내기로 했다.
삼성이 중동중.고에 대한 마지막 지원인 셈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0월 21일 중동중.고에 지원을 끊는다고 통보했다.

삼성은 지원중단에 대해 "그동안 중동중.고교를 지원하면서 학교가 잘 성장했으며 자율고로 지정됐고 독자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동학원의 학교 발전기금도 125억원에 달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상태"라며 더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맡아온 중동학원 이사장(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과 이사(김수근 삼성물산 부사장), 감사(강재영 삼성미소금융 이사장)도 이달말일자로 물러난다.
 
삼성의 발표가 2달이 지났지만 이건희 회장이 교육을 영리기업이 돈으로 사려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공들여 인수해 17년간 물심양면 육성해오던 것에서 갑작스레 손을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삼성그룹과 중동고의 인연은 1994년부터.
국내에도 영국의 명문 사립고교인 이튼스쿨과 같은 명문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1994년 6월 학교법인 중동학원을 인수했다.
삼성은 중동학원 인수에 부채탕감과 학교발전기금 출연 등을 합해 240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은 이후에도 17년간 804억 원을 시설투자,발전기금 출연 명목으로 지원했다.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중동고는 강남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부상했다.
2009년에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한국의 이튼스쿨을 목표로 특수목적고인 자립형사립고로 전환까지 해놓고 갑자기 손을 뗀 것은 삼성이 표면적으로 발표한 것과 달리 삼성의 계산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학교운영에서 손을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형 사립고인 중동고와 달리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는 임직원 자녀가 신입생의 20%를 차지하는 등 자율적인 선발권을 가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최고의 엘리트 인재육성을 위해 하나고처럼 임직원 자녀를 신입생으로 뽑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고교평준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삼성의 임직원 자녀 선발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국은 자율고 지정조건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20%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부의 한 고위간부는 출입기자들과 오찬자리에서 "삼성그룹이 표면적으로 중동고가 이젠 명문이고 기금도 남아있으니 자율형 사립고에 걸맞게 경영해야 한다"며 "경영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내면에는 임직원 자녀 선발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면 맞다"고 지적했다.
 
교과부의 잘못으로 제2, 제3의 중동고가 나올 것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게되자 작심하고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 간부는 삼성그룹이 하나고를 경영하는 하나금융보다 못한 게 뭐냐, 학생 선발권을 갖는 자율형 사립고의 법정전입금도 삼성이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문제가 됐던 것은 임직원 자녀 선발권인데 삼성그룹이 지속적으로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해왔지만 시교육청이 차일피일 미뤘고 특히 지난해 진보성향의 곽노현 교육감 취임 이후부터 더욱 상황이 어려워지자 결국 미련없이 손을 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위한 서울시교육청과 협의과정에서 진전이 없자 몹시 불만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선발 방법과 권한을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이견을 보이다 급기야는 곽 교육감 취임 이후에는 감정대립 직전까지 치달았다고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중동고 동문출신들은 자율고 전환 2년 만에 이같이 갑작스레 통보를 받아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을 믿고 입학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불안해하고 있다.
삼성이 지원중단을 통보한 이후 중동고는 입학희망자수도 급격히 떨어졌다. 입학경쟁률이 2.37대 1에서 1.68대 1로 뚝 떨어졌다.
 
당장 학교 존폐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정원에 미달하는 자율고가 나오자 내실운영을 위해 자율고 워크아웃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포기로 학생정원이 미달하고 교과부의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고 결국은 퇴출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동문관계자들은 정부의 평준화정책 아래서 자율고 육성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자 미련없이 내버리는 삼성의 기업논리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구나"라는 반응이다.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건희 회장이 창업주의 유지와 모교에 대한 배신을 했다는 분노감마저 표출할 태세다.
 
그러나 이에대해 삼성그룹 측은 교육계의 관측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 부인했다.   삼성그룹 홍보실 김성홍 부장은 "중동고 지원중단은 자율고로 스스로 충분히 커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순수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성균관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임직원자녀 특례입학 같은 것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이 그렇게 한다면 사회가 용납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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