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대부분이 노무현 때의 일

우리 사회 병증은(病症)의 하나는 ‘아니면 말고’다
류근일 | 입력 : 2012/04/02 [14:02]
▲ 류근일 前 조선일보 주필
KBS 새 노조, 언론, 민주당, 새누리당이 모두 한 방에 갔다. 민간인-공직자 사찰의 대부분이 노무현 때의 일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경향신문 논단에서 이 부분을 모른 채 글을 썼다. 모든 언론이 놀아난 꼴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 사람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부분은 사실과 진실이다. 그러나 언론이 노무현 정부 부분을 미처 간파하지 못했던 것은 어쨌든 부정확했다. 부정확한 글을 내리면서 새삼 언론의 책임 앞에서 숙연해질 따름이다. 언론의 책임 중 하나는 정확성이다. 정확성을 기하지 못한 기사는 낙서일 뿐이다. 부끄러운 노릇이다.
 
노무현 정부는 좌파 정부다. 좌파는 우파 권력의 횡포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걸고 있다. 그런 좌파 권력이, 자신들이 매도해 마지않던 구(舊)권력의 타성을 그대로 답습했다니 웃겨도 보통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다. 그런 코미디를 두고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말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길길이 뛰었고, 새누리당은 지레 겁을 집어먹고 ‘더러운 정치’라며 특검을 제의했다. 김대업에 놀아난 정계가 KBS 새 노조에 놀아난 꼴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노릇이다.
 
KBS 새 노조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선거철에 부정확한 주장으로 어떤 정치적인 노림수를 꾀한 모양새가 되지 않았는가? 언론 노조라면 언론 정도(正道)를 위해 이의를 제기해야 말이 된다. 그렇지 않고 스스로 유언비어의 발원지가 됐다면 그건 공공사회에 대해서는 독약, 자신에 대해서는 자살행위다.
 
언론 노조는 정치집단인가? 기자는 기사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 기자의 본분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먼저, 뛰어난 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마치 무슨 운동가적 모습으로 흐른다면 그건 언론 본연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노릇이다.
 
우리 사회 병증은(病症)의 하나는 ‘아니면 말고’다. 부풀려진 거짓선동이 사실과 진실을 압도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이라 해서 ‘폭로’된 2600여 건 중 400여건만이 이명박 정부하의 일이라면 그 나머지 대부분은 ‘이명박이 아니면 말고’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400여 건도 물론 ‘불법’인 이상에는,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려 한것이 사실인 이상에는, 우리는 아주 조금만 했다는 것이 면탈(免脫)의 사유는 될 수 없다. KBS 새 노조, 통합민주당, 새누리당, 언론, 그리고 그것을 SNS로 마구 퍼나른 사람들이 이 2200개의 ‘아니면 말고’를 어떻게 주어 담으려 할지 세상이 지켜볼 것이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원본 기사 보기:라이트뉴스( http://rightnew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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