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민중들의 심성을 잘 표현한 그림이죠"

민화의 체계적 연구에 집중 ... 박물관의 승부는 유물의 질
박물관뉴스 | 입력 : 2008/06/02 [09:29]
[특별 인터뷰 - 윤열수 가회박물관장] "민화는 민중 속에서 만들어지고, 민중들이 사용하고,민중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그림으로 조선의 불가사의한 그림이다. 민화는  조선민중의 심성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 조선민중들의 심성을 가장 잘 그려 놓은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회동 골목길에 위치한 가회박물관 윤열수 관장이 갖고 있는 민화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다.  또한 윤 관장은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의 정취와 애환이 서려 있던 민화를 학문적 영역으로 끌어 올린 ‘민화 박사’로도 통한다.
 
윤 관장은 가회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1천5백여점의 유물들을 매년 특별전을 통해 정리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학재학 시절부터 박물관과 인연을 맺어 군대간 시기를 제외하고 박물관과 함께 해 온 40년 동안 한 번도 외도를 해 보지 않고 민화연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윤 관장. 
 
산업화와 학계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민화가 ‘민화 이야기’(디자인하우스),‘민화1,2’(애경)과 같은 책을 통해 민화를 새롭게 부활시킨 것도 윤 관장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관장은 가회박물관의 특성을 살린 가회민화아카데미 등을 통해 민화의 새로운 부응을 꿈꾸고 있다.  
▲ 민화의 체계적 정립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윤열수 관장.     ©박물관뉴스
- 박물관을 열게 된 동기는.

지난 2002년 3월 개관했다. 벌써 6년이 됐다. 대학 다닐때부터 박물관에 근무하기 시작했으니 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벌써 40여년이 됐다. 

가회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전통 유산인 민화를 연구하고 전시해 훌륭한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특히 가회박물관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을 일깨우기 위해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는 민화와 부적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 
 
- 박물관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있다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부터 박물관과 인연을 맺었고 석사부터 박물관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석사는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했고 박사는 민화를 전공했다.그래서 대학 졸업후 군대간 것 외에는 박물관을 떠나본 적이 없다.
 
- 가회박물관의 특징이 있다면.

가회박물관은 인간의 삶과 염원이 담겨있는 부적과 민화를  주로 전시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전통 한옥 전시실에는 옛 사람들의 진솔한 감정이 담겨 있는 민화와 주술적 신앙이 반영되어 있는 벽사그림,통일신라시대의 인면와(人面瓦), 귀면와(鬼面瓦)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부적병풍을 비롯한 각종 부적, 부적판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재난극복을 위한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박물관 한 켠에서 관람객이 직접 부적을 찍고, 귀면와를 탁본(拓本)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밖에도 전라남도 나주 동원사에서 직접 가져온 녹차가 무료로 제공되어 통나무 의자에 앉아 한옥의 정취를 느끼면서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한국 민화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까지 민화는 작가연대에 계보 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최근 민화는 작가연대 계보가 있는 그림이라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2003년부터 박물관 소장품만을 갖고 매년 특별전을 갖고 있다. 민화의 산수, 물고기 그림, 모란 그림 등을 테마로 잡아 특별전시회를 해 유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앞으로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한국 민화의 현 주소는.

그동안 한국 회화사에서 민화는 작가 연대에 계보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루지를 못해 민화에 대한 체계적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바뀌어서 박사 논문은 지금까지 한편도 없었지만 석사 논문은 7백여편에 이르는 등 방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제가 박사 논문을 썼지만 강원도 지역 민화에 치중해 있다. 그래서 한국 민화연구의 체계적인 정리를 해보려 하고 있다.
 
- 민화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있다면.

민화는 민중 속에서 만들어지고, 민중들이 사용하고,민중들에 의해서 이뤄지진 그림으로 조선의 불가사의한 그림이다. 즉 민화는  조선민중의 심성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 민화다. 조선민중들의 심성을 가장 잘 그려 놓은 그림이다. 
 
▲ 박물관은 유물을 통해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윤 관장.     ©박물관뉴스
- 민화가 조선시대에 등장한 시기는.


민화는 조선시대 영종조 이후에 유행해 발달하다가 1960년대까지 그 전통이 이어졌다. 그러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그 전통이 무너져 버렸다. 당시에 사람 사는 집에는 병풍이 있었고 문에는 부적이 있었듯이 민화는 우리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 조선시대 후기에 민화가 발전한 역사적 배경은.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영향에 따른 억불숭유정책의 영향에 따라 조선시대 예술은 양반문화가 꽃을 피게 된다. 그래서 민중들의 문화는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영종조시대를 거치면서 대중문화가 발달하면서 민화 등 민중들의 삶을 다룬 문화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 가회박물관은 한옥으로 개관했는데 특징이 있다면.  

작다는 것이 특색이고 한옥에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옥은 민화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한옥에 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옥의 구조는 진열식이 적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툇마루에 앉아 보기도 하고 한옥의 특징을 체험하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본다.
 
- 역점을 두고 운영하는 특색사업은.

현재 민화를 실기로 접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많지만 이론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가회박물관에서는 전통 민화를 보존, 계승하며 학문적으로 폭넓게 연구하고자 부설기관인 ‘가회민화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가희민화아카데미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수료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는 3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특히 가회민화아카데미 강사진은  안희준,강호방,이태호 등 유명한 전문 강사진의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고 수강생은 전국에서 온다.
또한 매년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전국 민화그리기 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가 끝나면 작품들을 모아 도록을 만들고 있다.

가회동을 찾은 일본 방문객들이 많이 찾고 대학원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 이곳에서 현장 수업을 많이 하고 있다.
 
- 해외 전시 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우리 박물관은 1년에 한 번씩 해외 순회전시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6월 28일부터 15일간 중국 전시회를 갖는다. 중국에 있는 민화박물관의 초대로 한국민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게 된다. 또한 2009년 2월부터 일본 순회 전시가 계획되고 있다.
 
- 한국민화의 탁월성은. 

민화는 민중문화의 꽃이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 있는 것이 민화다. 일본 민화,중국 민화가 있지만 한국의 민화가 가장 아름답다. 예를 들면 중국의 자기가 들어와 고려 청자가 탄생했듯이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으면 우리민족은 이를 예술적 경지로 발전시키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박물관인들이 가져야 할 철학이 있다면.

이제는 유물 수집을 많이 해 유물중심 박물관을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박물관의 원래 기능이 보존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건물 등 외형보다는 내실 있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 유물 수집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유물 구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결국 박물관의 승부는 유물에서 승부가 결정 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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