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구나 영어시장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 저자 -박어상 선생의 논단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입력 : 2008/07/06 [08:02]
< 본 기사는 박여상 선생이 런던타임즈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기사화 한 것 입니다.  추후 박어상 선생의 주옥같은 글을 고정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국가들(주: 미국, 영국 등)이 한국보다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이나 교과 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그다지 없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교육 전문가 외이드만 교수가 완곡하게 지적하였듯이, 비록 미 명문 대학들이 바로 세계 최우수 대학들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대학들 간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어떤 대학들은 기가 찰 정도로 학문의 질이나 학구적 분위기 혹은 행정 서비스가 낙후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 유학생들이 본인의 자아 실현뿐만 아니라 배우고 돌아와 한국의 경제와 문화와 학문과 예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는 상위 50개 대학(주: 아이비리그를 포함하여 mit, 캘리포니아 공과대, 스텐포드, 듀크, 시카고, 워싱턴대, 존스 합킨스, 노트르담, 에모리, 조지타운, uc 버클리, 보스톤 칼리지, 조지아텍 등 us news&world report 참조)이면 넉넉하고, 전공하는 과에 따라 예외도 있지만 그 이하의 수백 수천 개의 대학들은 한국의 우수한 대학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요 대학들의 홈페이지를 대부분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던 사실은 한국 학생들이 안 가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이었는데 어떤 대학들은 그 수가 압도적이라 그 대학들이 한국 유학생 덕분에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는 분명한 국력 낭비에 불과하다. 가령, 사립 대학은 보통 한 학기에 등록금만 만 이삼천 불(천 이삼백 만원) 이상이며, 여유있게 생활하려면 생활비도 학비에 버금갈 만큼이나 필요하다. 유학생 일인당 이런 엄청난 돈을 쓰니 어학 연수나 유학으로 외국에 빠져나가는 돈이 해마다 129억 불(약 13조원)로 수출로 번 돈을 여기에 다 쏟아 붓고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필자의 친구들 중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 국민인 미국인 친구들조차 이러한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장학금, 정부 학자금 대출, 파트타임 등 여러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는데, 한국 유학생들은 쓰기만 한다(주: 미국에서 법적으로 해외 유학생들은 교내 이외에서는 일할 수가 없음).

한편 귀국 직 후 한국의 영어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를 살펴보았고 세 곳의 영어 전문 학원 운영진들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먼저 이 영어 연수나 유학 때문에 반드시 봐야 되는 토플이나 gre로 한국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가령 토플 시험은 과열 때문에 학생들이 원하는 때에 보기가 힘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ets(주: 토플, 토익, gre 시행 기관)에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토플 시험장을 대폭 늘린 바람에 시험 도중 그 프로그램이 나가 버리거나, 옆 사람과 제대로 분리가 안 되어 말하기 시험(스피킹)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gre의 경우도 해킹 방지라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몇 나라만 필답과 컴퓨터 시험을 병행하고 있어서 일부 학생들은 경비를 들여 컴퓨터로만 시험을 치르는 일본으로 시험을 보러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한마디로 ets의 시장 독과점에서 오는 횡포였다.

 
한편 토익은 원래 비즈니스용 영어 시험으로 우선적으로 기업을 위한 시험임에도 최근에 조사된 바에 의하면, 주요 기업 운영진들의 토익 시험 우수자들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낮았다는 점은 이 시험이 개인의 영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근래에 말하기와 쓰기가 추가되기는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이 시험을 여러 차례 보고 있고, 이제는 상당수의 중고등학생들까지 가세해서 쓰는 돈은 계산조차 하기 힘든 천문학적인 액수였다(주: 교육부 집계에 의하면 토익, 토플로 인해 빠져나가는 액수는 연간 4000억 원으로 추정). 따라서 미국에 대한 경제적인 종속 관계는 계속되고 있었다.

 

설사가상으로 필자가 만나 본 학원 운영진들에 의하면,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로 이제는 초등학생부터 해외 연수를 가거나 중고등학생들의 조기 유학(주: 미국 이민세관국(ice) 집계에 따르면 조기 유학생이 포함된 한국 유학생 수는 약 8만 7천명으로 세계 1위) 혹은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직접 비싼 로열티를 주고 수입해온 영어 프로그램들이 한국에 두루 퍼지고 있었다.


또 한 가지 큰 사회적 문제점은 사설 학원과 학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원어민 강사들을 채용하는데 급급해 저질의 원어민 강사들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우연찮게 읽은 2007년 6월 6일자 코리아 헤럴드의 독자 기고문에서는 대전 지역 조셉이라는 원어민 강사가, “한국이 자신들(원어민 강사들) 때문에 밥(밥상위의 음식)을 먹고 산다.”는 망언까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신문에 실은 편집 위원도 큰 문제였다. 또 한 번은 ‘워싱턴 보고서’를 서울의 ㄱ 대 부속 국제 어학원에 근무하는 원어민 강사들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알다시피 이 ‘워싱턴 보고서’는 한국인 스스로 나팔을 분 것이 아니라 오직 세계 주요 언론들이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도한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그 원어민 중의 하나인 c로부터 답장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반감과 무례함으로 가득 차 있는 글이었다. 계속해서 y 어학원에 소속된 한 캐나다인은 한국인 강사가 물건을 못 찾는다하여 신경질을 내는가 하면 또 한 번은 그 강사가 상담실에서 상담 전화를 하고 있는데 외국인 강사에겐 언제나 굽실거리는 그 학원 직원들에게 말을 해서 그 강사의 상담 전화를 끊고 자신이 그 상담실을 쓰려는 짓까지 하였다. 도대체 이들은 자신들이 남의 나라에 와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었는가. 오히려 안하무인격으로 주인이고 고용주인 한국인들에게 이런 망언과 오만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많은 한국인들이 이러한 저질 강사들을 신주 모시듯 대한대서 오는 오만이었다.

 

사실 이 원어민들은 한국인 덕분에 본인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생활 유지(해외 송금 확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인에게 감사를 해야 할 판이지만, 아전인수격으로 이처럼 무례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고, 여성 능욕, 마약 복용, 인종주의적 발언 등으로 사회적인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결국 필자가 실제 체험하고 보고 들은 것과 교포 출신의 한 영어 강사가 쓴 양심 선언 형태의 글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미쳤구나! 영어 시장”.

이에 대해 한 학원 운영진은 어떤 학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학부모는 자신의 어린 자녀에게 영어 공부를 위해 그런 투자를 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인즉, 자신은 어릴 때 그렇게 영어를 배우지 않았어도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학원 운영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남편도(주: 386 세대, 뒤늦게 미 명문 대학원에서 유학한 직장인) 조기 영어 교육이니 제대로 된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어도 때가 되니 다 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직수입한 영어 프로그램 교육을 받고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한들, 중고등학교 때 기업용 토익 시험을 보거나 미국으로 전학을 간다한들, 대학(원)은 미국이면 아무 대학이라도 다닌다한들, 그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미국에서도 호평받는 한국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으며, 더욱이 미국 최고의 대학원에 다닐 수 있을까? 물론 외국어는 언어학상 조기 교육이 필요하고 국가 인재 양성 차원에서 더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미명문대에 진학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나, 영어는 중요한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도 많은 한국인들이 망각하고 있다.

 
거시적으로 볼 때, 필자가 미국에서 만난 필리핀 유학생들이나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온 유학생들은 하나같이 영어 구사력이 뛰어났는데 이들 나라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이었다. 반면에 독일은 영어 사용국이 아니며 일반 국민의 약 38% 정도가 프랑스는 약 18% 정도만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것으로 공식 집계되었고, 일본은 미국을 왕래하는 기내 승무원조차 영어 구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라임을 볼 때, 각자의 전공 분야나 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지 영어 자체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처럼 목적처럼 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앞서 조사된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들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외이드만 교수가 이미 지적하였듯이 한국의 우수한 대학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당수의 미국, 영국 대학들에 대한 지나친 유학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한국 대학들도 국내외의 우수한 학자들과 학생들을 유치하도록 힘써야 하며, 외국 교수들을 채용함으로써 한국 학생들이 굳이 영어 때문에 유학을 가지 않도록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우수한 두뇌들의 외국행과 이에 따른 엄청난 국부 손실은 계속될 것이고 한국 대학들은 인재유치와 학문 발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 한국 대학들이 세계 명문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유학을 가본 적도 없는 국내 여러 대학들의 토종 박사들이(과기대, 포스텍, 서울대, 전남대, 충남대, 충북대, 아주대 출신의 83명. 2007년도 집계) 하버드 의대와 캐나다 토론토대를 위시한 세계 여러 유수 대학의 교수로 임명되고 있었다. 이는 이러한 인력들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에 계속적으로 논문들을 발표한 것과 이 대학들이 대학 자체 내 영어 강의를 강화시킨 성과로 평가되었다. 한편 아시아권 대학인 경우는 한류의 후광도 입은 것으로 풀이되었다. 

 
두 번째로 미국 ets의 독과점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일본의 ‘step’ 영어 시험 같이 공신력이 있는 국내용 영어 검증 시험을 2009년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한국의 해외 시험 의존도가 76%인데 반해 일본은 39% 중국은 3%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70%의 주요 기업체들이 토익/토플 점수가 영어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과 한국 시장 독과점에서 오는 ets의 횡포와 연간 4000억 원에 이르는 생돈을 줄이기 위한 백년대계의 조치이리라.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정부 차원에서 우수하고 도덕성을 겸비한 외국인 강사들을 선별하여 초중고등학교에 넉넉히 배치함으로써 엄청난 국비 손실을 가져오는 영어 사교육의 광기를 잠재우고, 이에 따른 부작용들, 특별히 원어민 문제 강사들의 무례와 분수를 모르는 경거망동과 반사회적 행위들이 다시금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교포 2-3세들은 언어에 있어서는 미국인과 별 차이가 없고 보통 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에 그곳에서 좋은 학교를 나와서 지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인들보다 우위이며 그들의 부모가 한국인이라 적어도 한국이 잘 되기를 바라는 까닭에 미국인이나 캐나다인 강사들이 저지르고 있는 오만무례한 행동이나 망언은 결코 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성문란까지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사설 어학원들도 교포 2-3세에 대한 적극적 유치가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선업, it 산업, 자동차, 한류만이 아니라 한국 대학(원) 교육과 건전한 사교육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세계에 등단해야 할 때가 왔다. 교육의 나라 한국이여!

 

"너의 백성은 내가 심은 나무에서 돋은 햇순이요

내가 손수 만든 나의 자랑거리다."(이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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