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리글 우리말의 아름다움

휴먼뉴스 | 입력 : 2008/10/06 [14:43]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배경을 밝힌 훈민정음 서문중 한 부분이다. 세종의 못 배운 백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9일이면 562돌 한글날이다.
우리는 한글날만 다가오면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누누이 자랑한다.

그러나 거리를 나서면 온통 외래어 투성이 이다.
제품이름, 회사이름, 상점이름은 물론 정부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명칭도 외래어를 ‘애용’한다. 한글 이름을 사용하면 ‘촌스럽다’고 까지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해외교포도 아닌 사람이 외국어는 유창한데 우리 글 표기나 뜻 조차 잘 모르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영어 모르면 부끄럽고, 우리 말 잘 못하는것은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다. 
물론 영어가 국제어로 통용되고 있으니 국제화 시대에 영어를 좀 사용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어를 해야 하는 시대이지만 지나치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외국어를 잘하는 만큼, 우리 글 우리말도 잘했으면 더욱 좋으련만... 
     
여기에 휴대전화가 발전하면서 문자를 주고 받으며 만들어진,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괴문자가 일상에서 꺼리낌없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0~20대와 40~50대는 서로 의사가 통하지 않을 정도인 것은 세대간의 문화차이도 있겠지만
우리 글을 천시하고 왜곡하는 문화가 더 큰 원인이라고 보아진다.

자녀 이름도 외국이름으로 짓는 부모가 많아졌다.
우리가 매일 읽는 신문, 매일 보는 ‘텔레비전’ 등 매체에서는 외국어 남용이 더욱 심하다.
한글날을 맞아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계면쩍다.

우리 글과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면 정말 감탄할 정도이다.
 
하나의 대상물에 표현되는 단어가, 상황과 그 변화하는 형상과 느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과 말은 아마도 한글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새빨갛다, 빨갛다. 붉다. 발갛다, 발그스레하다 등 등 색의 미묘한 차이를 영어로는 이처럼 표현하기가 아마 힘들것이다.

비의 이름만 해도 각양 각색이다.
안개비,는개,보슬비,이슬비,가랑비,억수비,장대비,작달비,칠석물,여우비,소나기,궂은비,단비,약비,목비,모종비,찬비,웃비,먼지잼,개부심 등 등 우리가 일컫는 비의 이름은 아주 재미있고 다양하다.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이름은 대부분 옛 고유이름을 잃어버리고 한자어로 돼 있다. 버드 샘이 양천으로, 볏 골이 화곡으로 등 등 사례는 너무 많다.

이미 정착되어 일상화된 이러한 이름을 순수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할 의사는 없다.
다만 ‘외국어가 고상하고 뭔가 있어 보이고, 한글은 촌스럽다’는 잘못된 관념을 버리자는 것이다. 한글사랑은 이러한 관념을 버려야 살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햇빛 마을, 달빛 마을 등으로 지은 공동주택 이름을 보면 정겹기만 하다.

무슨 뜻이지도 모를 외래어를 조합하여 지은 요상한 공동주택 이름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즘, 다시 한글날을 맞아 우리 글로 예쁘게 이름 지어 붙이는 바람이 크게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바람이 불 때 우리 10대 자녀들이 괴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요즘 대학생들조차 맞춤법은 둘째 치고 과제물이나 자기소개서에 조차 그들만이 통하는  괴문자를 섞어 쓰는 것을 보면, 10~20년 후 우리의 문자가 또 어떻게 변질되어 표현될 지 궁금하다.

우리 글, 우리말을 생활 속에서 더욱 아끼고 발전시키고 길을 찾는데 모두가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장재진 /본지 주간-극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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