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개선 거대한 밑그림 그려지나

[분석과전망]미의 대북테러지원국 해제 의미와 향후 6자회담 전망
이창기 기자 | 입력 : 2008/10/13 [15:20]

▲ 다시 6자회담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국은 북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근본적인 적대관계청산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 이창기 기자

12일 미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인 효력발생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서방의 언론에서는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가 당장 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며, 암초가 곳곳에 널려있어 6자회담도 그리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반제자주진영의 보루인 북한과 서방제국주의 진영의 대장인 미국의 대결인데 무슨 우여곡절인들 없겠는가.


하지만 대세는 이미 대결이 아닌 대타결쪽으로 기울었다고 판단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우리는 미국이 10.3합의에서 공약한 대로 우리나라에 대한 적성국무역법 적용을 종식시킨 데 이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의무를 이행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10.3합의의 이행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조치가 실제적 효력을 발생하며 (6자회담 참여) 5자가 경제보상을 완료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북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가 실제적 효력을 발생해야 영변핵시설 불능화를 완결할 수 있다고 미국에게 오금을 박고 있는 것이다.

테러지원국에서 북의 명단을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국가, 인권탄압국가 등의 감투를 씌워 계속적인 봉쇄와 제재조치를 취한다면 북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사실, 북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하건 말건 언제든지 제 갈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를 해왔다.

특히 8월 11일 이후 핵검증의정서 문제를 들고 미국이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미루자 북은 핵검증의정서를 받아내기 위해 테러지원국 명단삭제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북이 테러지원국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정말 북이 테러지원국이어서가 아니라 대북 압박 봉쇄용 혹은 대북 협상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멋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넣었다는 예리한 지적인 셈이다.

사실, 미국이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던 사건인 칼858기 사건과 북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대북테러지원국 해제조치를 취한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정말 북이 칼 858기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미국은 북이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보상하기 전에는 절대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도 없고 또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은 6자회담 10.3합의를 통해 미국의 이런 본질을 이미 만천하에 폭로한 것이며 미국의 부당한 테러지원국 지정에 대해 공세를 취할 수 있는 국제적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따라서 미국이 계속적으로 북에 대한 봉쇄조치를 취한다면 북은 10.3합의 이행을 전면 거부할 것이며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을 끝내기 위한 단호한 물리적 조치를 취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이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부랴부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2일 워싱턴 포스트가 미 국무부 관리들의 말을 통해 미 행정부가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준 진짜 이유는 북한의 2차 핵시험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종료까지 100일을 남긴 상태에서 북한이 (2차)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결정(대북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작용했다."-12일 워싱턴 포스트

이는 이번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가 북의 물리적 조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미국이 결국 북의 힘에 굴복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된다.

다른 언론도 아니고 미국의 언론이 그것도 보수적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지에서조차 미국이 힘에서 북한에게 밀리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북의 물리적 조치를 막고 10.3합의 이행을 통한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실질적인 효력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12일 조선신보 보도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전망을 읽을 수 있다.

조선신보는 이번 힐차관보의 평양방문으로 북미가 합의한 검증합의서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적극적인 의의부여도 할 수 있다"며 "10.3합의가 이행된 다음 단계에 들어가서 상정해야 할 검증문제를 (북측이) 앞질러 풀어준 것은 조선(북한)측이 금후의 사태진전에 대한 그 나름의 확증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신보는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조미(북미)처럼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교전 쌍방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일방적 행동을 취할리 만무하다"면서 "이렇게 놓고 보면 이번 기회에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전환에 관한 어떠한 담보를 줘 조선과 관계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조선신보는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비공개 담보를 주었기 때문에 당장 이행해야할 공약사항도 아닌 핵검증의정서에 북한이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북미가 합의한 핵검증의정서에는 북한에게 불리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다만 그것을 미리 합의해 준 점은 미국의 체면을 고려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신보는 미국이 근본적인 대북적대정책 전환에 대한 약속을 해주었기 때문에 북이 미국에 이런 아량을 베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북미수교로 가는 일정도 빨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조선신보는 북에 특파원을 두고 있으며 북의 외교부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재일언론사이다. 6자회담장에 북은 북의 기자가 아닌 조선신보 기자를 배석시키기도 했다. 결코 북에 대해 빈말을 할 언론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신보사에서 속시원하게 다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북미 비공개합의 약속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북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더 근본적인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도 지금 북미사이에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선신보의 이런 보도가 없었더라도 사실 북미 사이의 힘의 관계, 그리고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인 위기상황을 고려해보면 미국도 더는 북과 적대시하면서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가 대격변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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