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훈식 "5 33 무개념 화법"을 꾸짖는다

5분 연설에 외래어 33번 쓴 것 사과하세요
송현(시인 · 본사 주필) | 입력 : 2008/10/13 [12:49]
1.
훈민정음 반포 562돌을 기념하는 한글날을 하루 앞둔 10월 8일 오 세훈 서울시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5분짜리 인사말에서 외래어를 무려 33번이나 사용했다고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10월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세훈 시장은 이날 5분 가량 진행된 인사말을 하면서 외래어를 33번 사용했으며, 이중 프로젝트(8번)란 말을 가장 많이 썼다. 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 중 상당수가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점사업 중의 하나인 디자인은 4번 입에 담았고 하드웨어와 서비스는 3번 말했다. 비전, 시스템, 컬처노믹스, 소프트웨어란 단어는 2번씩 사용했다. 이밖에 패러다임, 인프라, 타이틀, 브랜드, 올림픽, 르네상스, 드림 등의 단어를 1번씩 입에 올렸다. 한편 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각종 문서의 국어 오용과 외국어 남용 사례를 분석, 바른 표기를 권장한 바 있다. 하지만 민선4기 시정운영계획의 5대 핵심 프로젝트와 15대 중점사업에도 프로젝트 등 외래어가 곳곳에 쓰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강르네상스마스터플랜처럼 한글, 프랑스어, 영어가 뒤섞인 단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뉴시스)

▲송현(시인 · 본사 주필) 
이런 지적에 오 세훈 시장이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가령, 사람들이 널리 쓰는 “디자인” 같은 단어까지 문제 삼은 것에는 오 시장 처치로는 얼울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를 감안해도 오 세훈 시장이 해도해도 너무했다. 요즘 젊은 애들 말로 하면 “개념이 없는 사람이 한 말” 같다. 그래서 훗날 한글독립운동사에 이 사건을 기록할 때 편리하도록,  5분짜리 연설에 외래어를 33번이나 동원하는 기막힌 화법을 “오세훈식 5 33 무개념 화법”이라고 명명해 둔다. (줄여서 “5 33화법”, “오세훈식 화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2.
그 동안 서울시장들이 말때문에 세상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종종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이 명박 서울봉헌 화법”(줄여서 이명박식 서봉화법“)이다. 그런데 이번 오 세훈 시장의 ”5 33 무개념 화법“은 “이 병박식 서봉화법”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충격 화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서봉화법은 기독교에 폭 빠져 하느님의 은혜와 성령의 역사하심에 너무나 감동 감화가 커서 말하는 사람 딴에는 엉겁결에 진심을 토로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말은 장충체육관 같은 공공장소가 아니라 소망교회나 할렐루야교회 간증시간에 했더라면 아무 문제도 없고, 신도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고, 축복을 철철 넘치게 받을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성도 앞에서 간증하는 자리에서 서울시장은 서울시를 바치고 포항시장은 포항시를 바치고 김해군수는 김해군을 하느님께 바친다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명박 시장의 잘못을 굳이 지적한다면 그 말을 한 장소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 세훈 시장의 “5 33무개념 화법”은 이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공개 장소에서 그것도 한글날을 하루 앞두고 5분 짜리 연설을 하면서 외래어를 무려 33번이나 사용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했다고 해도 너무했다고 본다. 오 세훈 시장이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외래어를 많이 알고, 우리 말을 우습게 안다고 해도, 이건 영 아니올씨다이다. 

요즘 애들 말로 하면 “완존히 개념이 없는 것”이다. 서울 시장이 이처럼 무개념 화법을 공개 장소에서 당당하게 구사하고 있는 정도이면 우리나라의 다른 시장들은 화법은 어떨까를 상상하면 입맛이 씁쓸해진다. 예컨대 북악산에 단풍이 들었다면 다른 산에도 단풍이 들었다는 말이다. 

3.
오늘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지 562돌이 되는 날이고 경복궁 수정전(집현전)에서는 “한글 스승전”을 열리고 있다. 구경 온 시민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물론 외국관광객들까지 한글의 과학성을 보고 찬탄과 경탄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을 내눈으로 보았다.뿐 아니라 영국 역사학자 존 맨은 "모든 언어가 꿈구는 최고 알파벳은 한글"이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격찬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가 극찬하는 자랑스런 우리나라 최고의 보물인 “한글 스승전”이 서울시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는데, 우리말을 사랑하는 본을 보여야 할 오 세훈 서울 시장은 개가 웃고 소가 비웃을 유치찬란함의 극치인 “5 33 무개념 화법”으로 우리말을 공공연히 천대하고 모욕하였다. 이를 보고 나는 비통하고 분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 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서울시장의 “마인드”가 이 정도이고 보니, 우리말과 글을 갈고 닦고 지키는데 솔선 수범해야할 국가기관 마저 한글을 무시하고 홀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한글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시킨데 이어 “아뢴지식 영어 몰입교육”과 국제 중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7년 9월 "동사무소가 복지·문화·고용·생활체육 등 주민생활 서비스를 주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 기관으로 전환되어 이에 걸맞는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동사무소 명칭을 주민센터로 바꾸었다. 

이런 넋 빠진 짓을 반대하는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2008년 들어와 주민자치 센터를 자치회관으로 바꾸어 간판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다. 행정안전부가 독선적으로 동사무소 명칭을 바꾸면서 주민봉사가 아닌 주민불편을 가중시키고 주민센터 개칭 현판교체 비용만 60억원이고, 추가 소요될 주민자치센터 명칭 변경 현판교체비와 도로 안내 표지판 수정비등 막대한 예산을 탕진할 것을 생각하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시민불복종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4.
언제부터인지 "포도주"란 멀쩡한 말이 있는데도 굳이 "와인","와인"하는 얼빠진 인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포도 농장 딸에게 “뺀찌 맞은”적 없고, 포도주 상점하고 웬수진 일도 없다. 그래서 포도주를 팔거나 마시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포도주 애호가 중에 멀쩡한 포도주란 쓰지 않고 굳이 와인이란 외래어를 쓰는 개념없는 무뇌충들이 날로 늘어나는 세태를 개탄할 뿐이다. 

다 아다시피 “대가리에 든 것 없고 얼빠진 못난 인간일수록 겉을 많이 치장하고 뻥을 치기 마련”이다. 이런 인간들은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겉을 요란하고 화려하게 꾸미려는 경향이 짙다. 이런 인간들일수록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려고 걸핏하면 영어(외국어)를 썪어 쓴다. 멀쩡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영어를 섞어 쓴다. 외국인들은 이런 “얼빠진 무뇌아”들을 보고 내색은 안 해도 속으로는 “저 사람이 자기네 말을 저렇게 천대를 하는 것을 보니 얼빠진 놈이구나”하고 얕잡아 본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참으로 딱하고 딱하고 딱하다! 

그런데 "맥주"를 "비어"라 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런데 포도주는 왜 포도주라고 하지 않고 굳이 "와인"이라고 할까? 이것을 보면 포도주를 와인이라고 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치사한가를 짐작하게 한다. 내 모르긴 해도 와인족들은 와인이라고 해야 더 세련되고 더 멋지다고 착각 때문이지 싶다. 포도주를 포도주라고 하지 않고 와인이라고 할참이면 맥주도 "비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포도주만 한사코 와인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부분에서는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제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할 줄 모르는 얼빠진 인간들, 제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첫걸음인줄 모르는 멍청한 인간들이 비싼 포도주를 마신다고 신분이 상승이 되고 인격이 흘러 넘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주체성 없는 한심한 인간들이 비싼 고급 포도주를 퍼 마시는 것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찬란한 문화가 녹아 있는 포도주에 대한 모독이다. 뿐 아니라 제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는 얼빠진 인간들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꼴갑의 극치이다. 우리 말과 우리 글이야 말로 우리 문화의 꽃이 아닐 수 없다. 제 나라 문화의 꽃은 천대하는 인간들이 남의 나라 문화의 꽃은 지그시 눈 감고 향기에 취하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아니꼽고 눈꼴사나운 추태인가! 이것은 왕주접이요, 왕꼴갑이다! 

나는 포도주란 멀쩡한 우리 말을 두고 굳이  와인이라고 하는 무뇌아들이 늘어나는 것을 현상을 오래 전에 “와인 꼴갑 현상"이라고 명명하고 개탄한 바 있다. 개념 없는 인간들이 자신이 무슨 얼빠진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예사로 “와인, 와인”해대면, 포도주란 멀쩡한 말 하나를 버리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포도주란 단어 하나만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인간들이 가증스레 “포도주잔”이라 하지 않고 “와인잔”이라고 꼴갑을 떠네! 그러면 멀쩡한 “포도주잔”이란 말을 또 하나 버리게 된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구역질나게 “와인하우스”라고 하네! 그러면 “포도주가게” “포도주집”이란 말 하나를 또 버려야 한다. 

이러한 무뇌아들의 우리말 천대를 더 이상 방치하면 멀쩡한 우리 말들을 줄줄이 버려야 한다. 더 가관인 것은 “와인잔”도 아니고 아예 “와인글라스”라고 주접떠는 “완존 무뇌충” 또라이들도 쌔고 쌧다. 이러다 보니 백포도주(흰포도주)를 버리고 화이트와인, 적포도주(붉은포도주)를 버리고 레드와인이라고 하는 것은 점입가경이요, 꼴갑의 극치이다! 

어쩌다가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더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와인 와인하는 인간들 중에 의외로 대학까지 나온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인간들은 "대가리" 속에 든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얼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주체성 없는 인간들을 닭장차에 실어서 "와인본고장"으로 이민을 보내는 것이 좋지 싶다. 글쎄, 이런 얼빠진 인간들의 어머니가 만약 문둥이나 장애인이라면 “저 사람 우리 엄마 아니오. ”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못난 것들! 제 나라 말과 글을 이리도 천대를 하는 민족의 앞날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이런 무개념 또라이들 좋아라고 주시경, 이 극로, 최 현배 선생 등 수많은 애국 한글학자들이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지키려고 함흥감옥 그 차가운 감방에서 목숨 걸고 싸웠단 말인가! 한글독립군본부 수도사단장으로서 이런 생각을 하면 분하고 분하고 분하여, 김 홍신 선생 말대로 우리말을 가장 천대하는 놈을 한놈 골라서 그놈 “주댕이를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도 분이 안 풀릴 것 같다.

5.
나는 오래 전에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등에 가서 한글로 서명(사인)하지 않고 한자로 서명하면서 나라 망신시키는 것을 보고 신랄하게 비판 적이 있고, 김 대중 대통령이 유엔에서 우리 말로 연설하지 않고 그 어설프고 개판인 영어 발음으로 영어로 주접떠는 연설하는 것을 보고 신랄하게 비판한 적도 있고, 최근에는 한 승수 국무총리가 독도에 세운 “우리땅 獨島”라는 표지석에 “독도”라고 한글로 쓰지 않고 한자로 獨島로 세긴 것을 보고 호되게 꾸짖은 젓이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서울시장이란 사람의 제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는 수준이 요모양 요꼴이었으니, 일반 국민은 수준은 일러 무삼하리오. 

“오 세훈식 5 33 무개념 화법”은 첫째 우리나라의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얼마나 썩고 병들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좋은 보기이고, 둘째 이땅의 교육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웅변으로 증명하는 좋은 증거라 생각한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다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그를 잘못 가르친 선생들에게도 그 책임이 적지 않다고 본다. 초등학교 때 착하고 머리 좋고 총기있는 오 세훈 어린이에게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제대로 가르쳤더라면, 중,고등학교 때 눈에 별이 초롱한 오세훈 소년에게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사랑하도록 잘 가르쳤더라면, 대학 시절 야망에 불타던 오 세훈 청년에게 제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이 애국의 첫걸음이고 기본이라는 것을 제대로 가르쳤더라면, 오늘 5 33 무개념 화법으로 한글독립운동사에 영원히 웃음거리로 남을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말과 글을 지키다 순국한 애국 선렬들과 한글독립운동가들을 모육하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글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 시장이 공개 석상에서 5분 짜리 연설을 하면서 외래어를 무려 33번이나 쓰는 5 33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은 서울시 만의 수치가 아니라 이 나라의 수치이다. 만약 프랑스 시장이 공식 석상에서 자기 나나라 말을 창제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하루 전날 공개 석상에서 5분 짜리 연설하면서 외래어를 무려 33번이나 썼으면 어떤 반응이 일어났을까? 그런 얼빠진 빠리 시장을 그 자리에서 당장 끌어내리자고 시위하고 난리 안 났을까?

서울시장의 우리말 사랑이 이 수준이고 이 지경인데 이 명박 정부에서 “아뢴지식 영어 몰입교육”까지 밀어부친다면 이 나라 앞날이 어찌 될까? 나의 정신적 스승 함 석헌 선생 어법으로 하면 “올바른 정신 박힌 순조선놈은 이 땅에 몇 놈이나 살아 있을 것”이며, “순조선놈은 씨가 마르지 않을까 싶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 세훈 시장은 "5 33 무개념 화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더 이상 높아지기 전에 솔직하고 용기있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언행을 더 신중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08. 10. 9)

--필자 약력
시인. 한글자형학자.한글독립운동본부 수도사단장. 청와대한글기계화정책 자문. 이명박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562돌 경복궁 "한글 스승전" 자문위원. 서울예술신학교 문창과 교수. 경기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월간 디자인 주간.공병우타자기(주) 대표이사. 만국공통어 에스페란토협회 이사. 정일형.이태영 자유민주상 심시위원. c/a tv 재능방송 "영재교실" mc.  kbs 라디오 "송현 인생칼럼" 진행.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한글문화인물. 현재 무향자연학교장.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운영위원. 인터넷 신문 브레이크뉴스 주필. 한글문화원장

{저서}
한글기계화 개론. 한글 기계화 운동. 한글자형학. 한글을 기계로 옳게 쓰기. 우리시대의 시민정신. 지여처다 외 60여 권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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