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맨 "한국 주가, 500p까지 폭락할 것"

월가 파생상품 트레이더 김항주 씨, "진짜 위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취재부 | 입력 : 2008/10/24 [22:22]
"지금은 손해 봤더라도 팔아야"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아우성이지만, 진짜 위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 대폭락 장이 올 것이다. 미국 다우지수 5000, 한국 코스피지수 500, 일본 니케이지수 5000으로 폭락하는, 반토막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아마 (당선된다면) 오바마 임기 시작(내년 2월) 전에 폭락 장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오바마로서는 경제가 망가질 거라면 완전히 망가진 후 집무를 시작하기를 원할 것이다."


미국 월가의 흥망을 현장에서 생생히 지켜본 8년차 모기지 채권 파생상품 트레이더 김항주(34) 씨의 날카로운 전망이다.

그는 2005년부터 워싱턴뮤추얼(미국 최대 저축은행)에서 일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취급했다. 그러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미국 월가가 어떻게 초토화하는지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김항주(34) 씨-미국 월가 8년차 모기지 채권 파생상품 트레이더 ⓒ시사in 한향란

현재 알파리서치캐피탈이라는 소규모 금융 부티크 회사로 옮겨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브로커로 일하는, 김 씨는 지난 10월 21일자 시사주간지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월가가 왜, 어떻게 망했는지, 미국발 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등에 관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실물경제가 갈수록 나빠질 것이 틀림없고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확 줄어들면서 자산 가격도 급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기지 손실 절반도 안 드러나, "빨리 매 맞고 자빠질 것은 자빠져야"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과정에 대해 "모기지 업체 2위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이 파산한 이후 자고 나면 중소 은행이나 헤지펀드 어디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들렸다."며 "주택 가격 하락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해졌고, 모기지에 바탕해 만들어진 파생상품도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연쇄 부실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부실은 사실 주택 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2006년부터 발생했지만, 지난해 7월 들어 물 위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그는 또 "(9월)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넘어가면서 월가는 공황 심리에 빠졌다. 위기를 예감했던 나도 정말 충격적이었다. 시장이 무섭다는 생각을 비로소 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3, 4위 투자은행이 이렇게 한순간에 자빠지는구나 하는 공포가 엄습했고 ‘이제 월가도 끝이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은행이나 모기지 전문 대출회사들이 모기지론을 끝없이 팽창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월가라는 무궁한 판매처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맹활약한 것이 바로 파생상품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독 부채담보부채권(cdo)이 요즘 부실의 온상으로 지목된 것은 이자뿐 아니라 원금을 넣은 데다 풀을 만들 때 모기지 채권과 상관없는 다른 고위험 채권까지 넣어 위험의 크기를 잔뜩 키웠기 때문이다."며 "구조화 과정이라는 ‘당의정’을 입혀 괜찮은 상품으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cdo 같은 파생상품을 사들인 후 이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야 하고 그럴려면 무엇보다 주택 값이 계속 올라야만 가능한데, 모기지 파생상품을 집중 취급했던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워싱턴뮤추얼, aig 등이 거꾸러진 것은 이 상승 조건이 하락으로 돌변한 탓이라며 모기지 사태의 전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현재 모기지의 손실이 절반도 드러나지 않았다."며 "손실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신만이 알 것이지만, 부실이 빨리 드러나지도 않을 듯하다. 나는 지난해 부실이 한꺼번에 튀어나올 것으로 봤는데, 일년 이상 늦어졌다. 빨리 매 맞고 자빠질 것은 자빠져야 하는데, 인간의 심리가 이를 억제할 것이다."며 추가 부실을 우려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월가 초토화, 주범은 앨런 그린스펀

김 씨는 월가가 초토화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딱 한 가지로 꼽는다면 과도한 레버리지라고 진단한 뒤, "지나친 레버리지를 조장한 주범은 앨런 그린스펀(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도한 레버리지의 사례로 "가령 내 돈(자기자본)은 1000원뿐인데 3만원을 빌려 그것으로 무엇을 사 3만6000원을 만든다. 3만원 빌려준 쪽에 이자를 쳐서 3만2000원을 갚아도 4000원의 수익을 거둔다."고 설명하고, "레버리지가 30배가 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2006년까지는 별일 없이 큰돈을 벌었다. 남의 돈을 많이 빌려 투자할수록 똑똑하고, 레버리지가 낮으면 바보스럽다는 풍조마저 만연했다. 이런 거래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대차대조표에 넣지 않아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부외(off sheet) 거래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며 금융 부실의 메커니즘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1%대의 초저금리 상태를 너무나 오래 방치해 투기를 조장한 앨런 그린스펀이 위기를 조장한 주범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그린스펀이 가장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투자은행이 앞장서긴 했지만, 상업은행 같은 금융기업도 모두 과도한 레버리지 대열에 뛰어들었다. 모두의 ‘탐욕’이 금융위기라는 참극을 빚었다."며 "사실 개인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직장(소득)이 없어도, 심지어 숨만 쉬어도 가능하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모기지론을 빌리는 게 쉬웠다."고 힐난했다.

탐욕 좇던 금융기관·개인 소비자도 공동 책임

결국 미국의 금융위기는 거품을 부추긴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한 금융기관, 모기지 업체에 무조건 높은 등급을 준 신용평가기관, 빚까지 내가며 탐욕을 좇던 개인 소비자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사람에게 다 책임이 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굿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모두 공범이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이날 김 씨의 인터뷰 중 백미는 "이미 많은 금융회사가 넘어졌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초기 상황에 불과하다."며 쏟아낸 각종 비관적인 전망과 경제 주체들에 대한 충고였다.

그는 "앞으로 부실을 인정하는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자본량이 줄어들면서 갈수록 금융 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꿔주고 빌려 써야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신용경색을 누그러뜨리려고 최후의 보루(last resort)를 자임하며 개입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죄 많은 인간들이 워낙 위험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엄청난 레버리지를 썼기 때문에 정부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금융시장 규모가 커졌다. 쥐가 공룡을 잡겠다고 덤비는 형국 아닌가. 지금은 1970년대 유가파동 때와는 판이하다."며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폭탄이 놓여 있다"

그러면서 "어쩌면 자유주의 경제학을 부르짖은 밀턴 프리드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1981년 레이건 정부 때 자유경제가 시작했지만 본격 활성화한 것은 1990년대다. 이때 금융 관련 규제가 없어지면서 파생상품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며 "금융회사가 파생상품을 개발한 이유는 한 가지다.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레버리지를 높여 폭탄 돌리기를 해왔고 2006년까지는 누구의 뒤에도 폭탄이 놓여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누구에게도 폭탄이 놓여 있다."며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의 금융감독 부실과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가했다.

"월가 출신이 워싱턴(미국 재무부)을 장악했기 때문인지 정부도 (건전성) 규제를 하지 않았고 금융회사 스스로도 위험 관리를 하지 않았다. 아니 위험을 잘 몰랐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며 미 정부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파생상품 관리·감독은 부처님이나 가능, "대공황 아니라고? 당해보면 알 것"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위험관리 시스템이 붕괴했다. 사실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높은 상태에서 파생상품의 리스크는 더더욱 파악하기 어렵다. 불교 용어로 표현하면 혜안통(慧眼通)이 있는 사람만이 리스크를 볼 수 있다."며 "과거 몇 년간 일어났던 일을 중심으로 아무리 모델을 돌려봐야 위험의 크기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해 파생상품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레버리지가 과도하면 리스크가 올라가는 것은 상식인데, 빚 얻어 아파트 한 채 사서 돈 번 사람이 두 채 다섯 채 사는 데 별 위험을 못 느낀 것과 비슷하게 미쳐 돌아갔다."며 탐욕을 좇던 개인 소비자들의 투자 패턴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그는 "갈수록 세계 실물경제가 나빠질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연결짓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당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며 "앞으로 레버리지가 줄어들어야 하고 줄어들 것이다. 규제가 가해지겠지만, 더 이상 이렇게 영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 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10억원 나가던 아파트가 3억으로 폭락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거침없이 비관적인 전망들을 쏟아냈다.

이명박식 부동산 부양책·美 금융기법 도입 "큰코다칠 것"

김 씨는 한국의 금융위기와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체는 아니지만, 과잉 유동성 기류에 편승했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도, 주식 가격도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 모두가 긴축하고 레버지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도 규제를 강화해 레버리지 줄이고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려야지 반대로 가면 큰코다칠 것이다.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을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무리라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의 최근 부동산 부양책과 미국식 금융기법 도입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레버리지를 확 줄이면 금융회사든 제조 기업이든 도산이 속출할 것이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며 "한국도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 시기에 분수에 넘치도록 흥청망청 쓴 죄값을 치러야 한다. 죄값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뼈아픈 충고를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은 내 손의 현금이 가장 안전한 투자다. 손해 봤더라도 팔아야 한다. 원래 못살던 아프리카 빈국이나 이 위기 상황에서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고 일갈했다.

결론은 아직도 바닥은 멀었다.였다.

☞ 김항주 씨 <시사in>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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