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用! 不用!!!

박권석 | 입력 : 2008/11/03 [15:45]
"부용! 부용!" ('이러지 말라, 필요없다'라는 말이다.)
 
어제 저녁밥을 먹고 졸음이 쏟아져 안방에서 잠을자고 있는데, 거실에서 딸 중국어 과외선생의 말이 들려온 것이었다.
그 말에 잠이 깨어 거실로 나가니 과외선생은 떠났고, 탁자위에 돈이 올려 있었다.
 
 
 
중국어 어문이 어려운지라 딸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두 시간씩 중국어 어문(한국의 "국어"같은....) 과외를 받는다. 남들처럼 빡쎄게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제대로된 중국 보통어로 수다떤다는게 더 맞는 말이다. 하하호호가 두 시간 내내 이어진다^^
 
중국 보통어를 가장 잘 구사하는 중국인은 하얼빈 출신들이다. 우리가 알기론 베이징 지역이 중국 보통어의 기준이라고 여겨 한국의 중국어 학원들 간판을 보면 "중국 북경어"라고 써 있는데 그건 좀 아니라고 본다.
"중국 보통어"라든지 "표준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딸 과외선생이 하얼빈에서 심천대학에 유학온 학생이라는게 참 좋다.
무엇보다 사람 됨됨이가 정말 칭찬 받을만한 학생이다. 미인형은 아니지만 적당한 혼처라도 있다면 소개해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여자다. 똑똑하고 정직하고 검소하고.... 요즘 보기드문 처자이다. 만약 내가 젊은 총각이라면 내 아내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세라엄마, 쏘리~~~)
다른 학생들의 경우 일기가 불순하다거나 개인적인 만남이 있다면 과외를 미룬다거나 건너뛰기 마련인데, 이 학생은 단 한번도 자기 맘대로 한적이 없었다. 태풍이 몰아쳐도 시간이 되면 우리집에 온다. 그 성격을 알기에 일기가 좋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연락해 다음날로 미룬다거나 한다.
 
 
우리는 수업료를 일주일 단위로 지불한다.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에 수업료를 봉투에 넣고 거기에 약간의 돈을 더 넣어줬다.
심천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거기서 우리집까지 먼 거리라 오가기도 쉽지 않고 차비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말없이 그렇게 넣어준 것이었다.
아니, 말 해준다는걸 깜빡 했었다.
 
그런데 어제 과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수업료 이외에 넣어준 돈을 마눌님에게 돌려준 것이었다.
웬만하면 그런 돈 돌려받는 마눌님이 아닌데 얼마나 단호했던지.......
 
 
우리 옛말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그 과외선생 주변 친구들이 다 그렇다. 주변 친구들 중 몇 명은 이전에 내 딸 과외를 돌아가면서 했기 때문에 잘 안다. 지금도 이전의 과외선생들과 연락을 하며 지낸다. 졸업한 사람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좋은 아우들이라서.....
심천대 자원봉사활동하는 학생들을 통해 알게된 인연들이다.
 
내가 중국에 와서 성공한게 있다면, 딸이 학교다니길 좋아한다는 것과 더불어 중국의 좋은 인재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공의 척도를 돈에 두지 않고, 인간관계에 두는 것이라 난 성공한 중국 진출에 감사한다.
 
 
 
중국에서는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物以类聚人以群分"이라는 말을 쓴다. 유유상종과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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