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기자 수첩] 일본 그렇게 이겨서 좋니?

석연찮은 판정 이득보고 페어플레이는 아예 무시
정희진 기자 | 입력 : 2009/03/25 [03:23]
 
[네이션코리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분명 한국은 졌고 일본은 이겼다.
 
wbc 사상 처음인 연장전까지 가는 명승부였기 때문에 이긴 일본도, 진 한국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다. 임창용이 스즈키 이치로를 걸러 보내라는 감독 지시를 보지 못한 것이 한국으로서는 안타깝지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제2회 wbc 결승전에서 연장 10회초 이치로에게 2타점 결승 적시타를 허용하며 3-5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런 명승부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모습은 과연 일본의 승리가 떳떳한 것인지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명승부에 큰 오점을 남긴 셈이다.
 
일본인이 이 기사를 본다면 진 자의 변명이라며 코웃음을 치겠지만 과연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이겼는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첫번째 장면은 3회말 박경완의 삼진에서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인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오락가락한 가운데 삼진이 된 세번째 스트라이크 판정은 일본인도 인정할만한 분명한 오심이었다. 포수의 미트질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더티 플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심 판정의 덕을 본 것만은 분명했다.
 
여기에 한국의 상승세로 갈 수 있었던 분위기를 끊긴 것도 2루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이었다. 추신수의 동점 홈런이 나와 분위기를 뺏을 수 있는 상황에서 5회초 1사 후 고영민의 안타가 나왔지만 2루까지 달리다가 아웃이 되고 말았다.
 
일본 좌익수의 송구가 멋지긴 했지만 분명히 2루 베이스에 고영민의 손이 먼저 닿았기 때문에 세이프 판정이 나와야 했지만 이를 뒤에서 지켜본 2루심의 판정은 아웃이었다. 박경완과 박기혁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이어서 고영민이 2루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상승 분위기가 꺾인 것만은 분명했다.
 
2루심의 이런 판정은 6회말에도 나왔다. 1사 1루 상황에서 이진영이 삼진으로 물러났을 때 이용규가 2루를 달리다가 아웃된 것 역시 2루심이 뒤에서 장면을 지켜보다가 오심을 냈다. 이후 일본은 7회초와 8회초에 한점씩 올렸다. 한국이 9회말 동점을 만드는 투혼을 보였지만 경기 후반 동점 상황에서 먼저 달아나는 점수를 줬다는 것이 뼈아팠다.
 
일본의 비(非) 매너를 넘어선 몰(沒) 매너도 도마 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2라운드 승자전에서 이용규에게 머리를 향한 빈볼을 던지기도 했던 일본은 승리를 위해서는 거칠 것이 없었다.
 
6회말 2루 도루를 감행하던 이용규의 헬멧을 깬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7회초 공격에서 병살타 상황 때 2루수 고영민의 다리를 잡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을 했던 2루심이 수비 방해로 인정해 더블 플레이 판정을 내린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한국보다 일본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wbc 흥행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일본에 더욱 유리한 판정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판정도 분명 경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명승부에서 분명 석연치 않은 판정은 깨끗한 옥에 붙은 티였고 이기기 위해 상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일본의 플레이는 분명 오물이었다.
 
하긴 자신의 나라에서도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일본 야구의 풍토이니 국제 대회에서 이런 경기를 펼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샐리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이러한 모습들 하나하나가 한국 야구를 너무나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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