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동네, 길을 찾다

미디어아티스트 김현주展-감각의 지형도
아트데일리 | 입력 : 2011/12/11 [15:12]
▲ 감각의 지형도 - 내면으로의 여행, 2채널 영상, 사운드, 칼라 00:09:00, 2011     © 아트데일리
 
아트스페이스 With Artist 12월9일~12월21일

미디어아티스트 김현주(36)의 개인전 ‘감각의 지형도’가 파주 헤이리 아트스페이스 With Artist에서 12월9일부터 12월21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정지역을 관찰하는 ‘골목 프로젝트’를 통해 목격한 재개발의 현장과 철거, 달라진 마을풍경을 영상으로 보여 준다.
작가적 시각으로 작업된 그의 영상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가의 질문이자 메시지이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본 건축물과 지형은 곧 인간이 가진 신체와 매우 유기적인 관계로 보았다.

작가 김현주는 “주거 공간인 집은 인간의 삶의 여정을 보호하고 기록하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며 “이번 전시를 빌어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전시에 앞서 내가 왜 이것을 표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되묻길 반복했다. 자본주의와 천민주의에 입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인가, 아니면 20년 넘게 살아온 최소한의 삶의 공간에서 떠나야하는 주민들에 대한 동정인가? 척박해진 이 곳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는 건 왜일까”라고 질문한다.

김현주는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판화전공을 졸업하고 카셀 국립예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1998~2000 대한민국 미술대전 3회, 2001년 서울시립미술관, 2007년 대인미디어 장르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영상자료원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문의 031-944-2237)



▲ 감각의 지형도, 내면으로 가는 여행 2채널 영상, 설치, 스테레오 사운드, 칼라 00:09:00, 2011     © 아트데일리


<작가노트>

두 해의 골목 프로젝트 기간 동안 지역을 미술적으로 보이기 위한 보편적 감각으로써의 관찰이 아닌 몸 전체를 이용하여 특정 지형을 관찰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몸을 통한 지역에 대한 관찰은 자연스레 건축물과 지형을 인간이 가진 신체와 매우 유기적인 관계로 놓아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신체는 크게 뼈, 살, 피부라는 물질과 정신적인 것으로 구성된다. 태어남과 동시에 인간의 몸은 삶이라는 시간위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경험과 시지각을 기록하며, 죽음에 이르는 삶의 최종의 순간까지도 축적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인간의 신체가 태어나 머무는 주거공간은 인간의 삶의 여정을 보호하고 기록하는 매우 특별한 공간인 셈이다.

이 전시를 빌어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전시에 앞서 내가 왜 이것을 표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되묻길 반복했다. 자본주의와 천민주의에 입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인가, 아니면 20년 넘게 살아온 최소한의 삶의 공간에서 떠나야하는 주민들에 대한 동정인가? 척박해진 이 곳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는 건 왜일까.


▲ 감각의 지형도, 길 찾기, 프로타쥬 2011     © 아트데일리

걸으며 생각하기

몇 년 전부터 재개발 확정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던 북아현동은 현재 예정대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2008년도 이후, 두 해 동안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학교 강의로 자주 드나들게 된 북아현동의 구석구석은 이젠 더 이상 오래되고 낡은 장소로써가 아닌 익숙하면서도 낯설음의 심리적 공간이다. 닥치지 않아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실행화 되자, 달라진 마을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을 진입로 상가들의 대부분은 아직 허물어진 상태는 아니나 문을 닫은 채 본격적인 철거현장을 보이지 않게 막아주는 바리케이트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고 좁은 골목은 이미 서늘해진 신체 안을 들어가기 위한 통로로 느껴졌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의 온기가 가신지 오래된 건물과 길에는 오직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집요하게 부순 창문만이 무형의 바람과 공기가 드나드는 것을 허락하고 있었다. 놀라운 건 전쟁터처럼 폐허가 된 집들 사이로 떠나지 않고 주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빨랫줄에 널린 소박한 옷가지와 비교적 잘 자라고 있는 화분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계량기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숫자는 마치 아직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의 숨통과 같이 느껴졌다.

두 해의 골목 프로젝트 기간 동안 지역을 미술적으로 보이기 위한 보편적 감각으로써의 관찰이 아닌 몸 전체를 이용하여 특정 지형을 관찰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몸을 통한 지역에 대한 관찰은 자연스레 건축물과 지형을 인간이 가진 신체와 매우 유기적인 관계로 놓아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신체는 크게 뼈, 살, 피부라는 물질과 정신적인 것으로 구성된다. 태어남과 동시에 인간의 몸은 삶이라는 시간위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경험과 시지각을 기록하며, 죽음에 이르는 삶의 최종의 순간까지도 축적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인간의 신체가 태어나 머무는 주거공간은 인간의 삶의 여정을 보호하고 기록하는 매우 특별한 공간인 셈이다.

이 전시를 빌어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전시에 앞서 내가 왜 이것을 표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되묻길 반복했다. 자본주의와 천민주의에 입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인가, 아니면 20년 넘게 살아온 최소한의 삶의 공간에서 떠나야하는 주민들에 대한 동정인가? 척박해진 이 곳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는 건 왜일까.

위에 언급한 것들 중 쉬이 배재할 수 는 있는 것들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족히 20년 이상은 주거해도 멀쩡할 것 같은 공간과 그 곳에 살던 대다수의 주민들이 가졌던 지역에 대한 애착과 역사성은 온전히 자본 앞에선 무시되어도 되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착잡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논리 앞에서 나라가 왜 문화나 역사를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문화와 역사는 오로지 광화문이나 경복궁 혹은 유적지에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또한 묻고 싶다.


<작업 해설>
감각의 지형도 - 길 찾기

얼마 후면 아예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지역을 어떻게 기록하고 관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건물 외벽과 골목 바닥 등 공간 안에 있는 사물들을 작가가 직접 개입하지만 객관적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판화에서의 프로타쥬 기법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프로타쥬의 작업 방식은 나 스스로 사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채택된 방식이다.

한지를 같은 폭으로 기다랗게 오려 규칙적으로 붙이기를 반복하여 약 100m씩 긴 종이를 만들었다. 기다랗게 제작된 한지는 필름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한지를 특정장소에 밀착시켜 먹물로 문지르고 표면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일상적 시선으로 체험치 못했던 사물의 다른 내적특성을 겸험 하게 되었다. 사라질 운명의 공간과 사물들은 두드리고 문질러 기록하는 "마찰"의 행위를 통해 그것에 대한 재인식과 관찰의 실천적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울퉁불퉁한 돌바닥과 금간 시멘트, 유리 파편들이 너절하게 있는 곳에서의 마찰은 두들겨대는 힘의 압력에 못 이겨 종이가 찢겨나갔다.

직접적인 마찰의 방식으로 기록된 종이는 현장의 부문 부문을 순간순간 재생하고, 시간성에 의한 움직임과, 동영상으로 제작되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움직이는 것"으로 다시 전달된다.

감각의 지형도 - 발견

무너지고 부서진 집더미 위에는 떨어진 살점들을 연상케하는 콘크리트와 잘려진 철근이 낭자하다.울퉁불퉁하게 부서진 돌들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먹물을 묻혀 돌의 표면을 드러나게 하였다. 흰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면서 부서집 집 더미위에 사람의 형상이 나타난다

감각의 지형도-내면으로의 여행

여창 가곡 우조 이수대엽 // 버들은 실이되고 / 꾀꼬리는 북이 되어 / 구십삼춘(九十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 누구서 / 녹음 방초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빈 집들과 무너진 집들 사이로 정가가 들린다. 감정을 절제하고 순화하는 음악인 정가와 함께 인간과 건축물의 유기적인 관계를 인간의 몸을 통해 더듬어 본다. 미성으로 울리는 정가의 소리와 절제된 가사가 빈 집들과 골목, 풍경에 울린다. 절제되었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는 어떤 이념과 갈등, 슬픔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아름다움만으로 잃어버린 것, 보지 못하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글 김현주(작가)

<대한민국 미술신문 아트데일리 www.art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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