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명화의 거짓말-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나카노 교코 지음 |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14,000원
아트데일리 | 입력 : 2012/01/27 [08:53]


▲ 명화의 거짓말     © 아트데일리
 

<무서운 그림>의 나카노 교코가 들려주는 명화의 진실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명화의 거짓말>. 교양과 문화 전반의 해박한 지식과 블랙 유머가 담긴 독특한 시각으로 유명한 <무서운 그림>의 나카노 쿄코의 책으로, 이 책에서는 모든 드라마의 원형인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한다.

곤두박질치는 이카루스를 인물들이 외면하는 이유, 아르테미스의 얼굴이 그 당시 아이돌의 모습이었던 까닭, 무시무시한 추녀의 얼굴을 한 운명의 세 여신을 통해 고야가 하려던 말,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이 팜프 파탈로 보이는 이유 등 명화를 통해 그리스 신화가 펼쳐지기도 하고 신화와는 다른 명화를 통해 역사와 고전, 다른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명화를 감상함으로써 신화와 인문학을 여행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떠나는 계기를 마련한다.


“현대인은 흔히들 유명한 회화는 진지한 예술가가 진지한 예술적 태도로 완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옷깃을 여미고 감상해야 하고, 발표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보았을 것이라고…….”

<무서운 그림>의 나카노 교코가 들려주는 명화의 진실 현대에 와서 미술은 예술의 한 영역이자 고급스러운 교양이다. 하지만 TV나 스크린과 같은 영상 매체가 없던 시절 미술은 시각적 오락의 총체였다. 화가들은 왕후 귀족과 같은 주문자들의 요구에 맞는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의 오락적 해석을 담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 미술은 예술의 한 영역이자 고급스러운 교양이다. 하지만 TV나 스크린과 같은 영상 매체가 없던 시절 미술은 시각적 오락의 총체였다. 화가들은 왕후 귀족과 같은 주문자들의 요구에 맞는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의 오락적 해석을 담기도 했다. 그리고 때로는 인생무상이나 실연에 대한 상처, 자신을 알리고 싶은 욕구와 같은 개인적인 가치관을 짙게 투영했다. 그러니까 늘상 교훈적이고도 깊은 사색을 요한다고 생각했던 명화에게 우리는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무서운 건 천재지변도, 유령도 아닌,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며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명화,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섬뜩한 심리를 파고든 독특한 컨셉의 책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무서운 그림>의 저자 나카노 교코는 와세다 대학에서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는 교수로 풍부한 교양 지식을 바탕으로 명화를 읽어내는 것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명화를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명화가 건네는 말에 쉽게 속지 말라며 신화(神話)를 담고 있을 때는 특히나 눈을 부릅뜨라고 말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는 어떠한가?

성경과 함께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영원한 고전으로 꼽히는 그리스 신화는 시대를 거쳐 전해 내려오면서 교훈적인 측면보다는 유희적인 면이 강해졌다. 그래서 모든 소설의 원형이자 보고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전이기에 쉽게 대할 수 없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느낌이 감돈다. 특히나 루벤스, 틴토레토, 보티첼리 등과 같은 최고의 화가들의 명화를 통해 살펴본다니 더욱 옷깃을 여미고 감상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독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명화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는데 탁월한 시각을 보여준 저자가 읽어낸 신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화가들 자신이 흥미를 느꼈을 뿐 아니라 그림을 주문한 왕후 귀족과 부유한 계급도 이를 원했습니다. 풍성한 이야기를 즐기려는 지적 욕구, 신들의 모습에 빗대어 묘사된 인간의 육체에 대한 찬가(讚歌). 중산 계급이 그림의 구매자가 된 근대에 이르기까지 신화는 수없이 그림에 담겨 왔습니다. 이 때문에 서양화를 보면서 그리스 신화를 피할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괜히 긴장하거나 ‘예술을 감상한다’며 격식을 갖출 필요도 없습니다.”
- <저자 서문> 중

명화를 통해 그리스 신화가 펼쳐지기도 하고 신화와는 다른 명화를 통해 역사와 고전, 다른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뻗어 나간다. 명화라는 관문을 통해 신화와 인문학을 여행하고 독자에게 나름대로의 여행을 떠나기를 권하는 책인 것이다.

짧은 시간에 에센스만을 취하려는 현대인의 구미에 맞춘 책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통째로 정독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그리스 신화를 명화를 통해 에피소드 별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명화의 거짓말>은 신화가 알고 보면 우리 인간사와 별반 다르지 않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TV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명화 역시 당시의 상황과 심리가 복잡하게 묻어 있어 끝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즐거운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읽은 척을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라는 거대한 바다에 빠져들고픈 유혹을 일으킨다.

“이 책은 유럽의 명화를 통해 신화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그런데 이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책은 명화들의 석연찮은, 괴상한, 때로는 유쾌한 면면을 살피면서 이들의 배후에 자리 잡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조명하고, 신화가 다른 예술적, 문화적 기제와 실타래처럼 뒤엉킨 명화들 속에서 이야기의 가닥을 능숙하게 뽑아낸다. 이 가닥을 따라 그림과 신화의 세계를 굽이굽이 돌아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 샌가 명화의 뒷면을, 신화의 이면을 엿보게 된다.”
- 미술사가 이연식, <역자의 후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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