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품 브랜드의 화려한 귀환

김지호 | 입력 : 2012/03/01 [12:22]
세계경기의 장기불황에서도 영국에서 고가품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더 잘 나가고 있다. 그 배경은 중국 및 아랍의 부호들로 인해 늘어난 영국의 초부유층들이 고가의 사치품들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의 고가품 시장규모는 전년에 비해 10% 증가한 한화 290조원(1,600억 파운드)을 기록하며 2007년의 최고치 200조원을 경신했다. 이 수치는 3년이래 최하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영국의 소비자 욕구와는 전혀 딴판으로 부호들의 구매력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고가품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부호들의 부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고, 상대적으로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불황 속의 호황, 영국의 고가품 시장 

실례로 초부호들의 선호 대상인 개인 자가용비행기의 경우, 폭주하는 주문에 공급이 따르지 못해 웨이팅 리스트가 길어지고 있다. 개인 보트의 경우엔 기존의 보트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런던 보트쇼에서 최근에 소개된 ‘Sunseeker 28’과 같은 대형 사이즈에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영국선박협회가 밝혔다. 보트쇼에 참가했던 영국의 보트 제조사 사장은, “대부분의 고객들은 40-70세 사이의 성공한 사업가들로서, 이들은 마치 천국에는 숖이 없다는 태도로 돈을 뿌려댔다”고 묘사했다. 고급차량 역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밴틀리는 작년에 판매가 5% 늘었고, 롤스로이스는 30%의 판매 신장을 기록했다. 귀금속류와 디자이너 패션 등의 고가품들도 선전하고 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 중심의 고급 쇼핑가인 본드, 옥스포드, 레젼트 스트리트의 2011년 매출이 3.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권 해외 관광객들의 강한 구매력이 매출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부가세 환급액으로 집계한 2011년 본드 스트리트에서 해외관광객이 구매한 액수는 전년에 비해 10% 증가한 일인당 약 2백만원이다. 반면, 영국의 중상류층은 미국과 유럽의 더블딥 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아 아직도 신중한 구매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재조명 받는 영국 명품 브랜드들

이러한 럭셔리 구매 열풍은 영국 명품 브랜드의 화려한 귀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태리나 프랑스의 모던 패션에 밀려 외면당했던 영국의 클래식한 전통 스타일들이 복고풍이 일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 패션 브랜드인 ‘버버리’는 작년 4분기에 매출이 21% 신장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 매장의 매출이 30%나 늘어 났고, 파리, 브라질 등 해외 플래그숖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버버리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가방, 지갑 등의 가죽제품들과 버버리 코트로 잘 알려진 트렌치 코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케이트 미들톤 왕세자비가 입었던 한화 120만원을 호가하는 트렌치 코트는 하루 만에 전 사이즈가 모두 매진되는 될 정도였다. 명품백으로 유명한 멀버리도 지난 크리스마스 때의 구매열기에 힘입어 1월 중순까지 6주간의 매출이 35%나 증가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버 또한 영국 왕실이 수여한 문장을 보유한 왕실 브랜드로서 인기가 좋다. 특히, 대를 물려 입는다는 바버 자켓은 윌리엄 왕자가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패션 뿐 아니라 롤스로이스, 벤틀리로 대표되는 영국의 클래식 자동차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및 일본 차들에 밀려 한동안 고전했던 재규어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왓카’는 “2012년 출시 예정 차 중에서 재규어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포츠 컨셉카 C-X16 모델이 독자들이 뽑은 가장 매력적인 차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랜드로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최강의 성능으로 무장한 SUV 모델인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권위 있는 전문지들의 극찬을 받으며 영국 BBC의 탑기어에서 2011년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미래를 위한 키워드는 ‘고전 스타일, 현대적 감각’

영국의 명품 브랜드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가벼운 스타일에 식상한 명품 애호가들이 실용성을 겸비한 중후한 클래식 스타일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또한 강력한 구매파워로 부상한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이를 받쳐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영국 명품 브랜드들이 대중성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스타일의 바탕 위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한 결과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례로 바버의 경우엔 일본 디자이너인 요시타 토키히토 등 해외의 디자이너들과 합작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육성을 위한 영국 패션협회 등의 프로그램들도 영국 명품의 재도약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영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미래를 위해 추구하는 키워드는 ‘고전 스타일에 접목한 현대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창조적인 사고를 중시해 온 영국인들의 역사와 문화적 바탕과 잘 맞아 떨어지는 목표인 것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