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의 진앙지에 새로 지은 누각-대한제국

대한제국, 그 격동의 순간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입력 : 2008/05/02 [22:13]
▲ 대동강에서 바라본 평양의 모습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조선이라는 처녀지를 두고 뿔싸움을 벌이던 일본과 러시아는 점차 상대의 멱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이제는 한 하늘을 지고는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 일본: 이봐  내동생에게서 떨어져!
러시아: 뭔소리, 이사람은 내아내인걸!
러시아제 곰표우산을 쓴 코리아
프랑스 'la reforme'지 풍자 삽화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청일전쟁 이후 급속히 가까워진 러시아와 조선의 밀월에 대한 일본의 광기서린 질투는 끝내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주동으로 을미사변(1895)의 정변을 일으키고 친러를 주도한 명성황후 민비를 시해하는 광란을 부린다. 

▲ 일본의 게다 가게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이는 일본이 게다 짝을 걸치던 발에 광나는 양구두 신고 출세는 했으나 근본이 천박한 왜구의 후손임을 천하에 드러내 보이는 문명세계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만행이라 할 것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자들에게 들려 준 힘과 권력이 위험한 흉기로 변하는 것은 오늘날의 주변 현실에서도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

조선을 향해 해일과 같이 밀려드는 러시아의 파고를 바라보며 공포심에 휩싸인 일본은 조선의 급진적인 개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이는 오히려 민중들의 혐오심과 극렬한 저항만을 불러왔을 뿐이다. 

대세에 밀려 일본은 러시아와 1896년 조선을 공동으로 통제하기 위한 전신망을 개설하기로 합의하며 한 사람 두 짐승의 이상한 3각 동거가 시작된다.

▲ 일본군이 전신망을 놓고 있다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그러나 오래지 않아 러시아는 약속을 깨고 아관파천으로 고종 임금을 확보하면서 제물포에 군대를 진주시킨다. 1898년에는 일본 압박의도가 명백한 러시아 대규모 극동함대 건설에 대한 불길한 소식을 입수한 일본은 러시아에게 조선에서의 점유권 인정과 전쟁 중 택일하라는 통첩으로 배수진을 친다. 러시아가 한발 물러섬에 따라 러일 양국은 조선의 독립을 인정하고 내정에 불간섭하기로 하는 동경조약을 체결한다. 이로서 외세의 세력균형을 이용한 대한제국의 독립이 이루어졌다.

▲ 만주로 들어오는 러시아 군대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만주 텐트에 뒷걸음으로 들어 오는 곰 "이러면 나가는 걸로 알겠지?" 'minneapolis tribune' 풍자 삽화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이 조약 역시 1900년 러시아가 일본의 코앞이라 할 수 있는 마산포에 해군기지를 구축하면서 불완전한 평화는 끝이 난다. 자국의 상권보호를 위한 임시 주둔의 명분을 내세우며 만주로 진출해 진을 쳤던 러시아 군대가 압록강 주변의 벌채보호를 구실삼아 1903년 봄 한반도와의 경계선인 압록강을 넘어 들어 오자 일본은 먹이구역을 침범 당한 야수처럼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청일전쟁 이후의 또 다른 대전의 짙은 그림자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남아프리카의 전쟁에 발목을 잡혀있던 대영제국으로 인한 힘의 공백상태를 틈타 새롭게 부상하는 거대 제국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에게는 두려움과 견제의 대상이었다. 동방으로 팽창해 온 러시아는 일본에게 영국에 대항하는 동맹에 합류할 것을 압박하였다. 그러나 이 동맹은 일본의 중국대륙 진출에는 도움이 되나 대영제국의 세력하에 있는 동남아 등 아시아와 남태평양으로의 진출을 어렵게 하는 계륵(鷄肋)이었다.

러시아의 동맹제의를 안주머니에 넣은 채 일본의 이또 히로부미는 1901년 영국을 방문하였고 1902년에 전격적으로 영국과 일본의 동맹이 이루어진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윈윈하는 조약의 체결로써 영국은 자유롭게 남아프리카의 전쟁에 몰두 할 수 있게 되었고 일본은 러시아와의 일전을 앞두고 후방의 안전을 담보 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질서의 재편의 신호탄이 된 영일 동맹의 의미는 한 세기의 큰 획을 긋는 대지진과 같은 세계사의 빅뱅이었다. 일본은 모방의 천재, 꼬마 종족이라는 조롱을 벗고 신흥 문명 강대국으로서 인정을 받으며 열강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러시아의 몰락과 일본의 부상을 예고하는 개기일식이었다.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세계의 세력지도를 다시 그리게 되는 러일전쟁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신생 대한제국의 명운은 바람을 맞은 촛불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 광화문으로 보이는 문과 성벽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자연이나 인간 역사에서 대변혁의 큰 물줄기는 순간적으로 소용돌이치며 바뀐다. 궤도를 이탈한 거대한 물줄기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쓸어내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인간에 의해 씌어 지는 역사라 할지라도 포효하는 격동기에서는 인간이 오히려 종속관계에 처하게 되는 것도 보아 왔다. 

대한제국은 요동치는 역사의 지진에 흔들리며 애처롭게 버티는 새로 지은 누각(樓閣)의 처지가 되었다. 한반도는 한 세기가 바뀌는 시기에 세상을 강타한 쓰나미의 진앙지였던 것이다.
 
▲ 흔들리는 가마위에서 눈을감고 있는 고관 - 제국도 흔들리는 것을 알고 계신지?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김지호 런던타임즈 발행인 www.londontimes.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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