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두마리 토끼, 긴축과 성장

김지호 | 입력 : 2012/06/04 [15:16]
프랑스의 대선과 그리스의 총선 이후, 독일이 주도해 온 유럽의 긴축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재정위기 해법으로 긴축보다는 성장을 외치는 프랑스의 사회당 출신 올랑드 대통령의 당선으로, 영국을 제외한 유럽 25개국이 체결한 신재정협약의 이행여부도 불투명해졌다.  

▲ 두마리 토끼-긴축과 성장,  다 잡고  싶은데....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가혹한 긴축정책은 유럽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혔고, 좌우를 막론하고 집권당들은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 그리스, 프랑스에 이어 메르켈 수상이 이끄는 독일의 여당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날로 악화되는 민심이반에 직면한 유럽에서는 긴축유지냐 성장전환이냐에 대한 논쟁이 달아 오르고 있다. 긴축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총선에서 약진한 그리스에는 1,3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이 중단이 가시화 되면서 채권만기가 도래하는 7월 파산과 유로존 탈퇴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에게 계속해서 긴축의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기는 이미 불가능한 한계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긴축 회의론

이전부터 긴축을 중단하고 성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유럽의 정상은 몬티 이탈리아 총리다. 유럽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돈을 풀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지 소로스도 “독일이 주도한 긴축정책이 오히려 유럽의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며, 지금은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때라고 주장했다. “긴축은 재정위기의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며 성장정책을 공약하고 당선된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긴축을 요구하는 재정협약의 수정을 독일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재정 적자를 감축을 위해 긴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재정협약의 수정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와 보조를 맞춰왔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긴축에 반대하는 유럽인들의 저항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들뿐 아니라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 포르투갈, 헝가리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긴축유지 입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재로썬 희박하다. 독일 여당인 기민당의 헤르만 사무총장은 "지방선거 결과와 메르켈 총리의 균형재정을 위한 긴축정책과는 무관하다"며 긴축정책 포기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결국 양국 정상은 긴축의 강도와 속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타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원확보가 과제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과다한 부채로 시달리는 재정위기국들이 자체적으로는 성장정책을 실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들은 공공부분 등에 대한 지출 확대로 고용을 늘리라고 압박하지만, 정부의 자금조달 여력이 고갈된 상황이다.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들이 국제 채권시장에서 불량채권으로 간주되어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희망인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 전체로의 부실확산을 우려하여 국채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국채는 ECB에서 장기로 대출 받은 은행들이 조금씩 사들이고 있으나, 이를 기회로 기존의 민간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어 정작 이들 국가의 자금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고소득자에 대한 파격적인 증세를 비롯한 세금감면혜택 축소, 기업세 인상, 은행수익 과세율 인상 등 세수증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에 필요한 공공지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10%의 높은 실업률과 정체상태에 있는 경제성장률로 신음하는 상태에서 세금인상조치는 오히려 경제를 더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공공지출이 생산부분에 효과적으로 투입되지 못한다면 일자리와 성장은 늘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부채만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타임스지는 "성장 정책이 성공하지 못하면 재난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과격한 증세정책은 프랑스의 부자들과 대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촉발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현지 언론들은 ‘높은 세율을 피해 다른 EU 국가로 떠나는 부유한 프랑스인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비교적 세율이 낮고 기업활동에 우호적인 영국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합법적인 외국인 거주자에게 7년간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특혜를 제공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 부유한 프랑스인들이 몰리는 런던의 첼시와 사우스 켄싱턴 지역에는 프랑스인들의 부동산 구입문의가 최근 50% 이상 급증했다고 현지 부동산업체가 밝혔다.

긴축과 성장,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까?

유럽의 재정위기 해법을 두고 긴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메르켈총리와 성장을 주장하는 올랑드 총리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대통령이 성장을 요구하는 유로존 국가들의 여론을 얻고 있지만, 경제력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힘을 가진 메르켈 총리와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 라가르드 IMF 총재는 긴축과 성장이 서로 상반되는 정책이 아니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목표라는 일종의 중재안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녀도 “과도한 긴축은 경계해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의 강경한 입장에 우회적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유럽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긴축과 성장이라는 양방향으로 뛰는 토끼를 다 잡아야 하지만, 어느 토끼를 먼저 잡아야할지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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