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 영국에 변화를 가져올까?

김지호 | 입력 : 2012/09/09 [19:06]
1908년, 1948년에 이어 64년 만에 다시 열린 2012 런던올림픽은 성공한 올림픽으로 평가 받고 있다. 금메달 29개로 종합3위라는 1908년 이후 역대 최고의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알뜰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개·폐회식을 초대형 콘서트로 만든 창조적인 기획은 문화 선진 강국으로서의 영국의 위상을 전세계인에게 각인시켰다.  

▲  런던올림픽 주 경기장   © 런던타임즈 LONDONTIMES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런던올림픽에 대해 극찬했다. 미국의 ABC Sports는 “런던올림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능가하는 최고의 게임”이었다고 평가 했다. 캐나다의 Ottawa Citizen은 “런던은 경호, 교통, 날씨, 인력 등에 의문을 품은 세계인들을 초청했지만, 그들을 아무런 불평도 못하게 만들어 돌려보냈다”고 칭찬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Sydney Morning Herald는 “런던올림픽은 시드니의 활력과 아테네의 위풍당당, 베이징의 효율에 영국의 노하우와 익살을 더했다”고 묘사했다.  

알뜰하고 성공적인 그린 올림픽 

런던올림픽은 성공적인 그린 올림픽으로서 차후에 경기를 개최하는 도시들에게 벤치마크 대상이 되었다. 런던시는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실용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기획했다. 런던 동부지역의 산업 쓰레기 매립장을 매립해 올림픽 파크를 조성했고, 이곳에 건립한 주 경기장도 폐자재 등을 재활용해 자원의 낭비를 줄였다.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폐가스관을 사용해 만든 임시 관람석은 철거할 예정이다. 일부 시설은 해체한 후 차기 올림픽 주최국인 브라질에 530억여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태권도, 역도, 펜싱 등 7개 실내종목은 기존에 있던 2009년 G20 정상회담이 열렸던 대형 전시장인 엑셀 아레나의 내부를 개조해 활용했고 임시로 설치된 관중석은 모두 폐가스관을 사용했다. 기타 경기 시설물들은 런던에 풍부한 공원 주변에 집중 배치하고 경기장들을 지하철과 연결해 관람객들과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물샐 틈 없는 경비를 수행한 군인들과 보안업체 직원들, 그리고 ‘보라색 천사’라고 찬사를 들은 보라색 유니폼의 7만 명의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은 런던올림픽 성공의 숨은 공로자였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관람객을 열광시킨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 스파이스 걸 등을 비롯한 영국 톱가수들의 출연료는 단돈 1파운드였다.

이러한 알뜰한 준비와 운영으로 런던올림픽 개최비용은 90억 파운드(한화 약 16조원)으로 베이징 올림픽 비용(약 45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국 정부는 올림픽이 향후 몇 년간 창출할 경제적 효과가 130억 파운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 건설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경제 활성화와 관광 수입 증가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런던시는 향후 올림픽 공원 일대에 IT, 패션 등 업체들을 유치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동부지역을 첨단 지역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제난에 지친 영국인들에게 자신감 회복의 계기 

런던올림픽의 성공이 오랜 경제난으로 지쳐있는 영국인들이 자신감과 의욕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 또 경제활성화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사태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고, 고통스러운 긴축의 시대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의의 머빈 킹 총재는 “지난 2주간 우리를 열광시켰던 올림픽과는 달리, 우리의 경제는 아직도 최적의 시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의 회복과 재조정 과정은 길고도 완만하게 진행 될 것”이라며, 4년 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Ipsos MORI)에 따르면, 올림픽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국인들의 경제 심리는 지난 4년 이래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망가진 경제의 수선을 영국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은 지난 날 대처 수상이 영국병에 대해 메스를 들던 70년대의 상황에 비유되면서, 방법은 다를지라도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정부는 내수에서 수출 주도 성장으로 유도하여 경제구조의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억제 등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제레미 헌트 문화부 장관은 중국을 겨냥한 마케팅 홍보에 8백만 파운드(약 150억원)을 투자하여 중국 관광객을 현재의 3배인 50만 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광 산업을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도 연계하여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경기가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리고, 2014년에는 글라스고우에서 ‘영연방 올림픽’, 2017년에는 런던에서 ‘세계 육상 챔피언싶’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 연간 3천만 명 수준인 해외 방문객 수를 2020년까지 4천만 명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대변화의 전주곡일까?

영국에서 런던올림픽으로 가장 수혜를 받은 이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브닝 스탠다드’지에 “런던올림픽이 한 일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런던이 지구의 수도라는 점을 확인 시켜 준 것”이라고 평했다. 존슨 시장은 올림픽의 성공으로 인기가 치솟으면서, 보수당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정부가 런던에 대한 야심 찬 계획을 수립하라”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템즈강 하구에 신공항 건립을 주장하면서 “정부는 히드로 공항에만 의존하는 허튼 짓을 그만 두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의 임기인 2016년 이전에 총리직을 위한 국회의원 출마 가능성은 터무니 없다며 일축했지만, 임기 후의 도전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런던올림픽이 화려한 한때의 파티였는지, 정치, 경제를 비롯한 영국사회의 대변화를 예고한 전주곡이었는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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