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원집정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개헌

런던타임즈 LONDONTIMES | 입력 : 2008/08/03 [12:07]
 
프랑스 상-하원 합동회의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가지는 2원 집정제에서 대통령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대통령 중심제로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데 대한 거부감으로 권력을 분산시켰던 프랑스가 좌-우 동거정부를 거치면서 권력 분산이 야기시키는 혼란을 종식시키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 중심제로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안을 도입했다. 
 

권력 집중시키는 대통령제로 전환
 
프랑스 상-하 양원 합동회의는 7월 21일 오후 베르사이 궁에서의 투표에서 유효투표수의 5분의 3분을 1표 더 넘는 539표로 반대 357표를 누르고 개헌을 확정했다. 1958년 드 골 주도의 5공화국 헌법이 통과된 뒤 50년 만에 '대통령의 국회 연설권'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집권당 ump, 중도우파, 그리고 극좌파의 찬성표에 힘입어 통과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톨령이 승리하고, 지난 총선에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여 사르코지정부에 참여하는 중도우파를 포함하면 하원 의석 58.5%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ump는 전통적으로 우파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상원의 표를 합치면 사실상 개헌 가능선인 60%를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따라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한 개헌은 기정 사실에 가까웠다. 
 

독재 가능성보다 혼란 가능성이 더 문제
 
하지만 1857년 헌법에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금할 정도로 1인 독재 체제에 강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1958년 드 골 주도의 헌법 개정에서도 총리와 대통령 사이의 권력 분산에 합의했던 드 골 추종자들의 반발이 드셌다. 이번 개헌안 투표에서 집권당 국회의원 6명과 상원의원 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일이 설득을 시도하고, 야당으로부터 협박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 부친 이번 헌법 개정안은 의외로 극좌파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는 프랑스 국민들이 그동안 동거 정부 시절의 혼란,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혼란에 얼마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퍼대통령 가능성을 경고하는 야당의 주장보다 사르코지의 개헌안에 80% 이상이 호의적으로 답하고 있다. 이로써 2000년 개헌으로 동거정부 가능성을 축소했고, 2008년 개헌을 통해 권력 분산보다는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시켜 개혁 가능성을 높이자는 제도 개선이 마무리된 것이다. 
 

발전인가, 퇴보인가?
 
극좌파의 찬성은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20명에서 15명으로 낮춰주는 소수당 배려 덕분이다. 반면에 '유럽연합보다는 프랑스'를 내세우는 극우파는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제1야당인 사회당은 상원 개혁 없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은 독재 헌법이라면서 당론으로 반대하였고, 공산당 등 좌파와 바이루가 이끄는 중도 우파 '모뎀'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일부 우파 의원들과 좌파 사회당 등의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해 왔던 헌법을 4공화국 헌법으로 후퇴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 수반이지 총리처럼 행정부 대표가 아니라는 점과 1인에게 집중되는 권력에 대한 거부감이 그 이유다.
 
하지만 5분의 3이 찬성해야만 하는 주요 고위공직자 임명 심사권 등 의회의 권한인 강화된 부분, 소수파의 교섭단체 결성 가능 등은 의회 권한 강화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으로 일보 진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끄 랑의 소신
 
이번 헌법 통과로 극명한 평가를 받는 인물이 자끄 랑 전 문화부 장관이다. 그는 사회당 의원이면서 사르코지가 이끄는 행정부에 입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난 해 발라뒤르가 이끄는 헌법 개정위원회에도 참여했으며, 줄곧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밀착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헌안이 통과된 후 사회당은 자끄 랑 의원에게 극도의 비난을 쏟아 부었다. 그의 변절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끄 랑은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반박하고 있다.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자끄 랑은 "늘 그랬듯이 나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개헌안이 통과될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계산을 할 줄 모른다. 나는 여름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논쟁은 후에 펼쳐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1표 차이로 통과되었다는 이유로, 자끄 랑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헌법안이 부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은 오류다. 그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 하더라도 5분의 3을 넘기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 유로포커스 기사제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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