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나?

김지호 | 입력 : 2013/09/06 [03:27]

지난해 그리스의 부도위기 이후 18개월 동안 경기침체, 재정위기 등 불황에 시달리던 유로존이 요즈음모처럼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로존이 본격적인 회복기로 진입했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주요 EU국가들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EU통계청 유로스탯의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 블록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조금 웃도는 0.3%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서 유로존 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것을 시사해준다. 하지만 유로존 모든 국가들의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은 아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예상치를 뛰어넘어 0.7% 성장을 기록했고프랑스도 0.5% 증가했다. 유로존 국가는 아니지만 영국도 0.6% 성장을 이룩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은 가장 높은수치인 1.1%를 기록하면서 위기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스페인 -0.1%, 이탈리아 -0.2% 네덜란드 -0.2% 로서 다른 재정위기 국들은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유로피안커미션의 올리 렌 부위원장 겸 경제담당 집행관은 “이러한 수치들은 유럽의 경제가 서서히 회복의 모멘텀을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안주하고 있을 여지는 없다. 아직도 낮고 취약한 성장률과 일부 국가들의비정상적인 고실업률 등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들이 있어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회복세를 이끄는 기관차, 독일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는 경제 강국 독일이 견인하고 프랑스가 받쳐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초에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면한 독일은 2분기에 소비자와 기업의수요증가가 2분기 국내총생산을 끌어 올렸다. 유로존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독일경제가 살아나면서 유로존 전체의 경기회복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의 경제자문 미카엘 푸쿠스 의원은 “독일은 유럽의 성장을이끄는 기관차가 될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또한유로존 국가들에게 긴축을 요구해 온 독일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혹독한 긴축을 요구받았던 포르투갈이 1.1%의 유로존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9월 총선에서 3차 집권을 노리는 메르켈 독일총리는 “부채위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로존 국가들은 독일의 긴축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한편 좌파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유세 강행 등 반시장적 정책을 추진했던 프랑스가 예상과는 달리 수출과 내수 공공지출증가에 힘입어 0.5% 성장을 기록하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의경제가 침체를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사실 이는 법인세 인하개혁안 등의 우파적인 정책으로 선회한 덕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로존 국가는 아니지만 0.6% 성장을 이룬 영국의 회복세도 괄목할만하다.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는 달리 자국의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영국은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하고 있는 영국의 경제지표는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2분기수출액은 지난 15년만에 최대치인 430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영국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신규 주택 구매자에 대해 집값의 20%까지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주택구매지원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부동산뿐만 아니라 건설업, 서비스업의 경기가활황을 맞고 있다.

 

유로존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아

 

유로존 주요 국가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위기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독일과 프랑스 다음으로 경제규모가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부채로 인한재정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 프랑스 등 핵심국들의 호조로 인한 유로화의 강세가주변국들에는 오히려 경기부양책을 막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정치통합 없이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영국의 경제회복으로 인한 파운드화의 강세는유로존 국가들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유로존의 경제회복을 실질적으로는 비유로존인 영국이 이끌고있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있다. 또한 현재의 경제 지표의 호전이 정치적인 상황에 의한 것이라는 우려도있다. 독일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의 소비지출을 의도적으로 늘렸기 때문에선거가 끝나면 이러한 특수 요인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랑스 역시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급락한지지율 제고를 위한 임시 방편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써 확실한 것은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조금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부채로 인한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현실이다. 그러나 끝날 줄모르듯이 지속되던 경기침체 터널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