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이후 최대의 분열위기를 맞았던 유럽연합

김지호 | 입력 : 2013/12/04 [03:36]

2013년의 유럽연합(EU)은 통합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상호대립의양상이 극심하게 노출된 모습을 보였다. 그 저변에는 2010년이래 독일을 제외한 전 유럽으로 확산된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을 놓고 자국 이기주의가 표출되면서 갈등이 심화돼왔기 때문이다. 한때는 일부 재정위기국의 탈퇴 움직임으로 유로존이 붕괴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모면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 재정이 튼튼한 경제대국 독일은 재정위기국들에게유럽중앙은행을 통한 구제금융에 대한 조건으로 강도 높은 긴축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긴축정책으로 인해살인적인 실업률과 임금삭감, 복지축소 등으로 고통 받는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국들은 채무불이행 선언과유로존 탈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반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도 자국의 정치, 경제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이견을 보이면서 위기해법을 놓고 충돌했다. 독일은위기해법으로 재정통합과 긴축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정통합은 영국의 반발을 불러왔고 긴축은 프랑스의반대에 부딪혔다.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한 유럽 3강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의재무장관들은 경제적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연합(Banking Union)을 설립하기 위해해외 은행들에 대한 단일 감독기구를 2014년 상반기를 목표로 유럽중앙은행(ECB) 산하에 설치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비유로존 국가로서 금융산업이 주축인 영국은 재정통합이 자국의 통화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캐머런영국 수상은 “통합이 강화될수록 자주권 문제와 연관된다. 영국은적어도, 내가 수상으로 있는 한, 은행연합에 참여하지 않을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2017년까지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유럽연합 붕괴의우려가 심각한 상황은 모면했지만 완전히 가셨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은행연합설립 계획은 재정통합에대한 영국의 반대와 총선을 고려했던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올해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독일의 금융은 군소 저축은행들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유럽 단일 감독기구가 세워지는 것을 내심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는 긴축정책에 반대해 왔다. “긴축은재정위기의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며 성장정책을 공약하고 당선된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긴축을 요구하는재정협약의 수정을 독일에 요구해 왔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유럽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돈을 풀어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독일 주도의 긴축정책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메르켈 독일 총리는"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재정 적자를 감축을 위해 긴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재정협약의 수정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반면 영국은 공식적으로는 긴축정책을 내세웠지만, 비유로존국가로서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이점을 살려 주택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을 풀면서 양적 완화를 병행했다.

 

영국 웃고 프랑스 울다, 독일은 포커 페이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트리플 딥의 공포에 시달리던 영국은 신규주택 구매자에게 집값의 20%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 주는 과감한 주택 구매지원(Help to Buy) 정책이 성공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이제는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살아났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 연관산업들의 상황도 좋아지면서 3분기엔 0.8%의 강력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 실업률은 전분기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한 7.6%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영국 경제가 마침내 회복세를 보이고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집권 보수당의 입지는 강화되고있다. 조지 오스본 장관은 “영국 경제의 회복세는 그 동안의긴축정책이 성공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에 비해 증세를통해 공공지출을 늘려 성장을 추진했던 프랑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프랑스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 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11%까지 치솟았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약 25%에 달한다. S&P는 지난 달에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프랑스 정부의 예산 및 조세 개혁 추진이 높은 실업률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중장기 성장률 전망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4분기에는0.4%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당의 올랑드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악인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편꾸준한 수출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비껴 서오며 탄탄한 경제를 유지해 오던 독일은 수출이 감소하면서 3분기성장률은 2분기 0.7%에서 0.3%로 둔화됐다. 이에 대해 독일 통계청은 이는 국가재정지출과가계지출의 증가로 인해 수출에 비해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국내 수요가 성장에 대한주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 놓으며 일각의 우려를 부인했다.

 

긴축효과의 가시화

 

한편, 재정위기국들중 아일랜드는 연내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하며 서서히 경제회복의 단계로 진입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재정적자를줄이기 위해 세금인상과 공공기관 임금동결, 사회복지 수당 축소 등 강도 높은 긴축을 시행했고, 국민들은 실질 가계소득 20% 이상 감소, 실업률 15%와 복지수당 축소의 고통을 감내해 왔다. 스페인도 내년 1월경에 구제금융을 졸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긴도스 장관은 "수출이 8% 늘어나면서 3분기 성장률이0.2%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며긴축을 시행했던 효과가 나타나면서 일자리가 완만하지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도 높은 긴축에대한 반발로 파업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그리스의 상황도 조금씩 호전되면서 국채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리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주식시장에도 서서히 불이 붙고 있다. 유럽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이냐 양적완화를 통한 성장이냐의 힘겨루기에서 긴축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추세라면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2013년이 유럽 재정위기의 골이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같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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