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유럽에 새로운 경계선이 그어지나

김지호 | 입력 : 2014/01/05 [03:38]

유럽에는 유럽연합(EU) 유로존 센겐지역 등 나라별 국경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지역적 경계선들이 존재하고 있고 새로운 협약들에 의해 변화되어 왔다. 그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도 재편되는 과정을 밟아 왔다. 올해는 특히 발트해 연안의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촉발될 새로운 질서가 예고되어 있어 유럽뿐 아니라 이해가 걸린 주변국들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2개의 유럽공동체(EC) 회원국들이 체결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1993년에 출범한 유럽연합(EU)은 점차적으로 회원국들을 확대해왔고, 2007년 1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2013년 7월에 크로아티아가 추가로 가입하여 현재는 28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EU조약의 단일 시장을 위한 중요한 세가지 기본원칙은 상품, 자본, 서비스의 자유고, 그에 따른 인력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은 회원국 시민들의 권리로 되어 있다.

 

달아 오르는 이슈, 이동의 자유

 

올해 1월 1일부터 2007년에 가입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인들의 한시적인 취업규제가 풀리면서 서유럽국에 동유럽인들의 이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기가 높은 영국, 독일, 프랑스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스웨덴을 제외한 대부분의 EU국들은 2004년에 가입한 8개국의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서 노동시장에서 제한 조치를 시행했었다. 그러자 영국에는 예상을 뛰어넘은 동유럽인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통계조사에 의하면 총 영국에 거주하는 110만명의 동유럽출신 중 200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이주해온 숫자가 무려 4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지난해 영국은 궁여지책으로 ‘영국은 너무 춥고 비도 많이 오며 일자리도 나쁘니 오지 말라’는 자기비하 광고를 계획했다가 해당국들을 비하한다는 빈축을 받기도 했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값싼 임금으로 일자리를 뺏어가는 이민자들에 대한 서유럽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유럽에서 최빈국들인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인신매매, 조직범죄 등으로 악명이 높아 이들이 몰려든 도시는 노숙, 절도, 성매매 등으로 슬럼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이민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 지면서 극우세력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반유럽 여론이 높아지면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이주민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영국독립당의 지지율이 22%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올 한해 더욱 심해 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노동인력의 자유이동이 대규모 이주로 이어지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된다”며 EU에 입국상한제등을 통한 자유 이동 원칙을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EU의 비비안 레딩 사법담당관은 “EU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자유에 대해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 사이에는 국경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센겐조약이 있다.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랜드의 경우에는 EU가 아니지만 센겐조약에 의해 대부분의 EU국들과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며 이를 센겐지역이라고 한다. 반면 영국, 아일랜드, 사이프러스는 EU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센겐조약에 참여하지 않고 국경에서 출입국관리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EU 가입에 불구하고 이들 나라의 센겐 가입시도에 비토를 해왔다. 그리스, 터어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불가리아가 EU로 들어오려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불법이민자들의 경유국 루트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자유이동의 제한과 관련한 무형의 경계선 논란은 올 한해 유럽의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에 의해 그려질 새로운 경계선

 

EU는 옛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해 독립국가연합(CIS)의 창립멤버였던 우크라이나와의 경제연대를 위한 협력협정체결에 수년간 심혈을 기울이고 왔다. 최근 몇 달 동안 이루어진 양측의 협상이 지난해 말까지는 상당한 진전을 보였으나 우크라이나의 급작스러운 태도변화에 따라 잠정 중단된바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는 친 EU주의자들의 반정부시위와 확산되면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가 서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협상 결렬의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EU에 요구한 협정체결시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로 입게 될 피해를 보상할 200억유로(약29조원)의 지원금에 대한 이견때문이지만,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세동맹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라시아경제연합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는 러시아는 2012년에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 관세동맹을 우선 출범 시킨 후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사용량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고 생산품목의 약 75%를 차지하는 170억달러(약18조원)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이해 더해 러시아에 2015년 7월 상환해야 하는 600억 달러(약 6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푸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품의 수입을 잠정 중단하면서 선불을 받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 편입되는 것을 결코 방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나 미국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권 아래로 다시 편입되면 유럽과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어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지난 해 말에는 미국의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의 야당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명목으로 수도 키예프에 방문해 반정부 시위대를 찾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유롭게 유럽에서 미래를 찾고 결정할 수 있는 자주권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달 매케인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럽으로의 통합과 러시와의 관세동맹 체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며 다소 모호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분명한 것은 러시아와의 관세 동맹체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반정부 시위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칫 유혈 사태로 발전되며 혼란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올해에는 우크라이나의 향방에 따라 유럽에 신 질서를 확립하는 경계선이 새로 그어질 것으로 보인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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