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반이민 정서, 위험수위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4/06/09 [14:01]

동유럽과 아프리카로부터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서유럽국들에 반이민정서가 치솟고 반EU, 국수주의가 활개치고있다. 이는 EU존의 동방확장과 중동,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의 반대급부로 예고된 후유증이기도 하다.  

 

상품, 자본, 서비스의자유라는 EU조약의 기본원칙에 따라 회원국 시민들은 자유로운 역내 이동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단 신규 가입국에는 한시적인 경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007년에가입한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시민들에 대한 취업제한 조치가 올해 1월부터풀리면서 인기가 높은 영국, 독일, 프랑스로 이민자들이 대거유입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올해 1/4분기에 집계된 불가리아, 루마니아 취업인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9% 증가한 14만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 동안 총 100만명의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들어왔고 지난해에는 15만명이 넘었다. 이렇게 되자 영국 정부는 EU로부터의 신규 이민자에 대해 사회보장과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5년간 금지하고 총 이주민수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유사한 제한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EU조약의 기본원칙을두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EU의 비비안 레딩 사법담당관은 “EU의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자유에 대해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반이민 정서, 몸집 불린 EU의 후유증

 

점증하는 반이민 반EU 정서를기반으로 각국에서는 극우정당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에서는 신생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지지율이 기존의 보수, 노동당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4월말선데이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 영국독립당이 31%, 노동당 28% 보수당19%로 나타나면서 기존 정당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영국독립당의 헨우드는 저명한 흑인 코메디언인 헨리가 트위터를 통해 “더많은 흑인과 소수민족이 창조적 산업에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해 “흑인들이 이 나라에 와서 백인들과 섞이지 못한다면 왜 여기 있느냐? 그가주변에 더 많은 흑인이 있기를 원한다면 흑인나라로 가서 살아라”고 반박해 물의를 빚었다. 독립당은 이 같은 발언이 당의 견해와는 다르다며 그를 출당시켰지만, 보수당과노동당은 인종차별 정당에 투표하지 말라고 캠패인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독립당은 잉글랜드지방의 시의원을 1명에서 91석으로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나이젤 파라지 당수는 “UKIP 여우는 웨스터민스터 국회의사당 양계장에이미 들어간 것”이라며 내년의 총선에서 최초로 국회의원을 배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노동당도 반사이익을 얻어 약진했고 지지기반을 빼앗긴 보수당과 자민당은 참패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이변이었다.100년이상 지속되던 보수-노동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독립당이 제1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랑스에서도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도 25%의 득표율로 14%를얻은 집권 사회당과 21%의 중도우파인 대중운동연합을 누르고 1당을차지했다. 독일에서는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7%를 득표해 7석의의석을 확보했다. 이 결과 6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극우정당들은유럽의회에서 처음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극우정당들의 약진에 대해 독일의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악스럽다”고 개탄했다. 경제, 문화적인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구 소비에트연방 국가들을편입시키면서 몸집을 불려 온 EU의 ‘하나의 유럽’정책이 오히려 반EU 정서를 촉발시키며 반작용의 역풍을 일으키고 있는것이다.

 

 

유럽에 떨어진 쟈스민의 유탄, 난민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아프리카 중동 난민들의대량 유입이다. 중동의 봄의 여파로 리비아, 시리아 등의정정불안으로 난민들이 급증하면서 유럽으로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스민 혁명으로 가다피축출 이후 정정불안으로 리비아의 넓은 해안선은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되면서, 지중해를 건너려는 이집트, 시리아,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감비아, 말리, 세네갈 등에서 몰려온 보트난민들의 주요 거점이 되었다. 감시를 피하기위해 소형보트로 밀입국을 시도하고 표류를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엔진을 끄거나 망가뜨리는 일이 잦아 전복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중해가 난민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리비아 북부트리폴리 해안에서 130명의 이민자들을 태우고 가던 선박이 침몰해 80여명이사망, 실종됐다. 지난해10월에는 배가 뒤집혀 400명 이상이 몰살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유럽국가들이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UN과 인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급증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핑퐁볼이 된 난민

 

올해 5월까지 작년에비해 10배 가량 증가한 난민 2만5천명이 이탈리아에 도달했다. "유럽으로 온 난민은 도착한첫 번째 국가에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더블린 조약 때문에 EU국가 중 이탈리아는 난민수용 부담으로 인해 최대의 피해국이다. 유럽국가들로둘러싸인 독일 등은 가장 피해가 적지만 이탈리아, 그리스 등을 거쳐 북구로 오는 난민자들을 최초 도착국으로되돌려 보내며 난민 떠안기를 기피해 비판이 일고 있다. 난민들이 망명할 국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더블린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거듭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자국이기주의로 인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로인해 돈을 받고 난민들을 이탈리아 등에서 좀더 부유한 나라로 밀입국시키는 범죄조직도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리비아에 국경통제를강화해 줄 것을 주문하지만, 리비아는 오히려 EU가 불법이민을위해 몰려드는 난민들로 피해를 입는 리비아를 돕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리비아의 임시 내무부장관 살라 마지크는 지난 달 선박침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리비아는 사하라를 넘어 몰려드는 이민자들을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EU가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다면이민자들이 유럽에 도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난민문제도 정치통합이 되지 않은 EU의 구조적인 한계인 자국 이기주의로 인해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문제로 보인다. 따라서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EU, 반이민정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뜨거운 열풍으로 발달하고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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