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닥친 시리아발 난민 쓰나미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5/10/02 [15:36]

유럽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리아에서 물밀듯이 몰려오는 난민들 때문이다. 이전부터도 유럽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 리비아의 해안을 통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들로 인해 골치를 앓아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끊임없는 대규모의 난민유입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대혼란 상황이다.     

 

아프리카나 중동인들이 지중해를 통해 인접한 복지국가인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동의 봄 이후 정정과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그 규모가 눈에 띄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집트,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감비아, 말리, 세네갈 등으로부터 난민들의 목숨을 건 보트 밀항은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재작년에는 배가 뒤집혀 400명 이상이 몰살하기도 했다. 이후 시리아의 내전이 장기화되고 최근 IS의 횡포가 극에 달하자 시리아를 탈출하는 난민들의 엑소더스가 걷잡을 수 없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터키를 통해 난민보트를 타고 인접한 그리스의 섬으로 가는 루트를 이용했다. 지난달에는 터키에서 그리스의 코스 섬으로 향하던 길에 보트전복으로 숨진 세 살짜리 꼬마 아일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가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사진 한 장이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리면서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처럼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이 올해 무려 2,6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산 넘어 산, 철책에 막히고

 

아일란의 안타까운 죽음은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국가들이 난민수용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수용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한 헝가리는 난민의 이동경로인 세르비아와의 국경 175Km 구간에 4m 높이의 날카로운 철책을 완공했다. 지난달에는 철책을 넘으려는 난민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면서 충돌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헝가리의 강경대응에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충격을 받았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헝가리는 몰려든 난민들이 던진 돌과 물병에 자국 경찰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난민들이 어린아이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고 항변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난민들에 대한 거부감은 서유럽에 비해 1/4 정도로 취약한 경제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반이슬람 정서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그들은 대부분 문화가 다른 무슬림이다. 우리는 유럽의 기독교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철책에 막힌 난민들은 세르비아-크로아티아 국경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그곳은 발칸전쟁 시에 매설된 지뢰들이 있어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마마 메르켈, 난민들의 구세주?

 

한편, 독일은 난민에 대해 ‘환영한다’며 서유럽 국가 중 가장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난민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던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재정위기 때 보여준 완고한 이미지를 벗고 ‘마마 메르켈’로 불리면서 인도주의의 기수로 떠올랐다. 그녀는 “독일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어 기쁘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은 올해 80만 이상의 난민을 받았고, 향후 수년 동안 매년 50만 이상의 난민을 받을 계획이라고 가브리엘 부총리가 밝혔다. 독일이 이렇듯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배경은 비교적 건실한 경제력을 꼽을 수 있지만, 저출산율로 인해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에 난민이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2011년 기간에 독일 인구는 1.6% 줄었고 2060년에는 현재 8,100만 명에서 7,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같은 기간 동안 인구가 7% 정도 증가한 것에 비하면 자못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독일의 난민 수용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시리아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난민의 유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독일 내부에서도 너무 순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의 제호페 당수도 “어떤 사회도 감당할 수 없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독일도 최근 임시조치라고는 하지만 국경검문을 강화하고 있고 연방 이민난민청(BAMF)의 만프레드 슈미트 청장이 개인적인 이유라며 사퇴한 것도 이런 일련의 변화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독일은 대응책으로 각 나라에 할당량을 정해 분산 시키려 하고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혀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난민문제 해결의 성공여부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생명을 결정할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진 해법

 

난민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아프리카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온 난민들도 시리아 난민으로 행세하고 있는데 이를 구별해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난민들 중에는 100명에 두 명꼴로 유럽에 잠입하려는 IS대원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시리아 난민에 동정적인 흐름에 편승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비 시리아 난민들도 급격히 몰려 들고 있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방국가들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IS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한 난민행렬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데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의 난민사태는 어쩌면 서방국가들의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다. IS는 서방국가들의 오판으로 길러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묵인 방조했고 사우디 등 부유한 중동자본들은 암암리에 자금을 공급했다. 그러나 IS가 외세에 적대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무자비한 살육을 자행하면서 난민들의 목숨을 건 탈 시리아 엑소더스가 시작되었다. 현재 살길을 찾아 나선 시리아인들이 약 40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정책은 오락가락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오바마 독트린’을 통해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한다고 밝힌 이래 IS에 대해 어정쩡한 대처로 일관해 왔다. 미국은 이라크로 진격한 IS 에 대해 공습을 하면서도 시리아 소재 IS는 공격목표에서 제외했다. 미국의 이해는 아사드 정권 교체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IS와 같은 테러리스트 격퇴의 명분을 들며 본격적인 시리아 지원에 나선 러시아의 최근 행보로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도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격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 사태를 계기로 프랑스도 최근 입장을 바꾸어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습을 결정했다. 호주도 최근 공습에 참여했고 영국도 시리아 IS에 대한 공습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 난민 사태로 인해 시리아 IS에 대한 대처 셈법을 놓고 복잡한 국가간 방정식이 형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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