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으로 하이테크에 매진하는 영국

김지호 발행인 | 입력 : 2016/04/02 [15:57]
구글 딥마인드사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천재 이세돌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손쉽게 승리하자 인공지능의 파워에 세계인들은 경악했다. 이는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761승으로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고 직관과 사고가 필요해 아무리 슈퍼컴퓨터라 해도 아직까지는 인간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고 믿었는데 그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하자면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바둑이란 게임은 끊임없이 형세를 판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득실을 계산해야 하는데 인간이 컴퓨터의 연산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주산보다 빠르다고 인간을 이겼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자가학습기능의 인공지능(AI) 방식이 인간의 판단 영역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은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자가학습 기능에 인간의 사고하는 방식처럼 경우의 수를 줄여 선택하게 하는 몬테카를로 트리 방식의 알고리즘을 추가하여 만든 것이 알파고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딥마인드사의 AI 홍보효과는 천문학적 규모로 대박을 쳤다. 딥마인드사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출신 데미스 하사비스와 무스타파 슐레이만, 세인 레그가 2010년에 공동 설립했는데 2014년에 구글이 무려 4억파운드(약7천억원)에 인수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선두주자, 영국

 

현재까지 개발된 AI의 종류는 기능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분야엔 세계에서 영국이 단연 선두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딥마인드사의 AI인 빅데이터를 통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자가학습 기능은 이메일 등 회신 작성시 예상 문장 자동완성 기능인 구글 Smart Reply에 응용되고 있다. 또한 비슷한 기능으로 사용자의 습관을 파악해 다음문장을 예상하여 완성하게 해주는 스위프트키(Swiftkey) 라는 AI는 케임브리지 출신 친구 사이인 죤 레이놀드, 벤 메드록과 크리스-힐 스코트가 2008년에 공동 창업했다. 크리스-힐 스코트는 자전거 한대 사려고 지분을 팔아버렸고, 올해 2월에 마이크로소프트가 176만 파운드(약 3천억원)에 인수했다. 이 기능은 3억대의 스마트폰에 응용되고 있고 스티븐 호킹스 박사가 애용자라고 한다. 이 밖에도 케임브리지 출신들이 만든 번역기 일종인 이비(Evi)라는 AI는 아마존이 2012년에 인수했고, 역시 케임브리지 출신들이 만든 컴퓨터가 사람처럼 말하고 알아듣게 하는 보컬아이큐(VocalIQ)라는 AI는 애플이 인수해 음성 인식기술인 시리(Siri) 를 개발했다. 지난달 크레딧카드 쟈이언트인 마스터카드사는 노르위치 지역의 레인버드가 개발한 사람들의 대화를 분석해 반응을 예상하는 AI를 구매해 가상 세일즈맨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영국의 AI 테크놀로지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가히 열풍과 같다.

 

창의적인 영국인들

 

그렇다면 영국이 하이테크 분야인 인공지능에 독보적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첫째로 영국이 이 분야에 대해 역사적으로도 독보적인 개척자였던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AI라는 용어는 그의 사후인 1956년에 정립되었지만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란 튜링은 컴퓨터가 발명될 무렵인 1950년에 이미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사람과 기계의 차이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는 미국이 최초일 것으로 알고 있지만 런던의 챨스 바베이지라는 과학자가 프로그램된 기계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보냈고 1856년에 지금의 컴퓨터와 같은 개념인 여러가지 계산을 할 수 있는 분석 엔진(Analytical Engine)을 만들었다.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는 2차 대전 때인 1943년에 런던의 토미 플라워가 발명한 독일군 암호 해독기 콜로서스(Colossus)다. 둘째로는 영국은 세계적인 대학인 케임브리지, 옥스포드를 비롯해 임페리얼, 유시엘 등과 같은 명문 대학이 있고, 영국의 교육이 전통적으로 창의력을 중요시해왔고 수재양성에 적합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기차,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던 산업혁명 이후에도 영국은 여러 발명품들을 만들었다. 제트엔진, 탱크, 레이더, TV등외에도 미국의 에디슨이라고 알려진 백열전구도 실제는 영국의 죠셉 스완이 에디슨 보다 10년 전에 발명한 탄소 필라멘트를 사용한 것이라 소송 결과 에디슨이 1879년에 등록한 특허는 1883년에 취소되었다. 또 흔히 애플하면 떠오르는 아이포드도 원래는 영국의 케인 크래머가 1979년에 발명한 소형 디지털 뮤직플레어인 IXI를 본뜬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1981년에 특허를 등록했으나 국제특허 등록 연장을 위한 12만달러를 구하지 못해 특허가 취소되었다. 이후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하고 무일푼이 된 그는 데일리 메일 기자에게 “내 자신은 아이포드 하나 살 돈도 없다. 애플에서 한 개 주었는데 8개월 만에 망가졌다”고 털어 놓았다고 한다.

 

국제 거대기업 사냥에 두뇌유출 우려도

 

이렇게 영국의 창의적인 기술들이 주로 미국 계열의 국제 거대기업에 의해 사냥되고 있어 두뇌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비단 영국만의 우려가 아니다. 캐나다도 미국 실리콘 밸리로의 유출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딥마인드사의 경우에는 하사비스가 매도조건에 기업을 영국에 유지하는 조건을 제시했고 구글도 영국의 대학들과의 협력관계, 인력자원 등 영국이 R&D팀 유지에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해 합의했다. Dark Blue Labs, Vision Factory, VocalIQ 등 하이테크 기업들도 영국에 남기로 했다. 이러한 절충은 그나마 영국 측에도 고용이 늘어나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인력이 늘어 아주 나쁘진 않는 상황이다. 현재 딥마인드사에는 200명 정도의 과학자가 일을 하고 있다.

 

영국을 지키는 꿋꿋한 알짜 기업들

 

한편 꿋꿋하게 영국을 지키는 특화된 알짜 소기업들도 있다. 독보적인 이미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런던에서 기차로 30분 걸리는 소도시에 위치한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Imagination Technologies) 라는 성공적인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컴퓨터 칩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필수적인 그라픽 영상을 구현하는 고난도 고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칩의 디자인을 삼성, 애플, 인텔 등에 라이선스 주고 있다. 현재 연간 3억개의 칩에 개당 30센트씩 받고 있는데 그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무척 알찬 기업이다. 산업 특성상 수요자인 거대기업들도 한쪽에 편중되지 않는 독립적인 회사가 공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기업환경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외에도 영국에는 고급기술을 보유한 알짜회사들이 많이 있다. 지난 5년간 연간 9,0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인터넷 광고회사 Infectious Media, 4,700% 성장세인 컴퓨터 보안업체 Avecto등 신흥 벤쳐 기업 외에도 미국 펜타곤에 공급량 순위 6번째인 롤스로이스 기술을 보유한 항공엔진 제조사인 BAE Systems, 세계 5대 제약업체인 GlaxoSmithKline과 AstraZeneca 등, 아직도 자동차 엔진에 관한한 디자인과 생산에서 세계 굴지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고 2600개에 달하는 부품공장을 갖고 있다. 알고 보면 영국은 하이테크와 기술의 알짜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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