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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호, 순항할 수 있을까?
 
김지호 발행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부의 대 EU 협상방침을 소프트 브렉시트로 방향을 급선회한 후 불가능해 보였던 브렉시트 백서를 전격 발간했다. 그러나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주장해온 강경파들의 반발로 인해 의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마저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소프트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EU의 리더 격인 메르켈 총리는 원론적인 지지를 표명했지만 정작 EU 측 협상 파트너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침묵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내년 329일인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각국의 의회 비준 일정을 감안하여 EU 측과 10월 말까지 협상을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어려워 보인다. 총리의 결정에 반발해 주무부서인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븐 베이커 차관이 전격 사임하면서 당의 내홍이 심화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차기 총리 1순위로 여겨지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도 뒤따라 사임했다. 또한, 보수당의원 40여명이 참여중인 하드 브렉시트 지지모임 유럽 리서치 그룹(ERG)은 소프트 브렉시트 안으로 의회 표결을 강행한다면 부결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전 보수당 당수로서 중진인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은 나는 EU에서 떠나는 것에 투표했지 절반만 떠나는 것에 투표하지 않았다“며 메이 총리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메이 총리는 후임브렉시트 장관에 탈퇴파인 랍 장관과 외무장관에 잔류파였던 제레미 헌터 장관을 즉각 임명하면서 내각의 붕괴 위기를 넘겼지만 우려가 걷힌 것은 아니다. 실제로 메이 총리가 반대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협상안의 의회통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지지 강화를 노리고 모험적으로 강행했던 지난 총선의 실패 이후, 그녀의 당 장악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이 분열하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제레미 코빈 노동당수에게 권력을 넘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레임덕이 왔어도 총리직을 잘 지켜왔다. 하지만 소프트 브렉시트안으로 시작된 내홍이 원만하게 수습되지 않으면 총리 불신임안 제출과 함께 보수당의 당권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뿔난 미국의 압박, 못마땅한 유럽의 침묵

 

 

 

한편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비난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소프트 브렉시트를 택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협정 가능성을 죽이는 일”이라는 맹비난과 함께 “사임한 보리스 존슨은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는 내정간섭적인 발언까지 했다. 그는 영국이 EU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 일부라도 EU의 규정을 따른다면 미국은 협상을 영국이 아닌 EU와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영국과의 협정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EU의 규정들에는 서로 일부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EU와 미국의 규정을 동시에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유전자 변형된 GM 식품이 허용 되지만 EU는 불허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이태리 업체에서 만든 킨더 애그(Kinder Egg)이라고 하는 계란 모양의 쵸코렛 안에 장난감이 들어 있다. 이 장난감을 아기가 삼켜서 죽은 경우가 있어 미국에서는 식품 속에 비식품 물체를 집어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의 면담에서 자신의 발언을 언론이 왜곡했다면서 특유의 치고 빠지기로 무마를 했지만,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하고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을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EU의 리더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소프트 브렉시트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서발칸 정상회의에서 메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EU27개국은 영국의 제안에 대해 공동의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EU측 브렉시트 담당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도 영국의 소프트 브렉시트 결정에 화답하듯 “협상의 80%가 마무리됐다. 오는 10월 마감시한 이전에 완전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양측이 서로 강대강으로 대치하다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채 탈퇴시한을 맞는 것은 EU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기 때문에 영국의 소프트 브렉시트 결정은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브렉시트 백서가 나온 이후에는 EU 측은 이상하리만치 백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백서에서 나타난 영국의 주요 제안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섣부른 언급으로 영국의 탈퇴파들을 자극해 불이 난 집에 부채질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물박스 열어보니 악마가 디테일에?

 

 

 

브렉시트 백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보면,

 

-첫째, 영국과 EU가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고 EU의 규정과 규격을 공유해 농수산물, 식료품 등 상품에 대해서는 국경 없는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지만 서비스 분야는 제외함.

 

-둘째, 촉진된 관세협정을 통해 제3국으로부터 영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의 최종 목적지가 EU 인지 영국인지를 구별한 후 그에 따라 각기 영국과 EU의 관세를 부과 (이렇게 함으로써 영국과 EU 국가인 아일랜드의 국경에서 국경통제 없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 또한 영국이 제3국과 독자적인 무역협정 체결 가능).

 

-셋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관할권은 종료되고 영국 법원이 분쟁 해결 권한을 가짐.

 

-넷째, 영국 시민과 EU시민의 자유이동은 제한 되지만 새로운 거주이동체계를 확립해서 교육, 취업 등의 목적은 자유 이동을 보장

 

다섯째, 영국이 유로폴 등의 EU기구에 잔류하고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안보와 치안분야에서 긴밀한 협조 체제 유지.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이 유리한 점만 취하는 ‘체리 피킹‘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EU로서는 지극히 못마땅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실제의 협상과정에서 EU가 영국의 이러헌 요구들을 들어 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EU의 통 큰 양보로 영국의 요구들이 큰 틀에서 받아 들여진다 해도,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EU로부터의 자주권 회복이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훼손된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향후 EU의 새로운 규정제정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따르기만 할 수 밖에 없고, 영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규정에 반대하거나 제소할 방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EU와 묶여 있으면 미국과 같은 비EU 국가들과의 독자적 무역협정 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잇점을 꼽는다면 기존과 같이 EU 시장에 영국 상품의 자유로운 접근성을 유지함으로써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단절의 충격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 강경 탈퇴론자들의 주장이다. 대표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항의의 표시로 사임하면서 내뱉은브렉시트의 꿈이 죽어가고 있다. 영국이 EU의 식민지로 가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안은 똥에다 분칠하는 것이다”는 날선 비판에 이들의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어정쩡한 스탠스의 소프트 브렉시트 안에 찬성해 줄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협상파트너인 EU의 지지를 바탕으로 밀어 붙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연 힘 잃은 선장이 소프트 돛으로 바꿔 달고 일렁이는 바다를 힘차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현재로선 긍정적인 신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기사입력: 2018/08/06 [19:18]  최종편집: ⓒ 런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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