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 橘化爲枳

-동물적 자유와 인간적 자유개념-
박필립 | 입력 : 2008/01/15 [09:36]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자가 장차 초나라에 도착하려고 했다. 초나라 왕은 이 소식을 듣고 주위에 있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안연은 제나라의 달변가인데, 지금 이 곳으로 오고 있소. 나는 그를 모욕하려고 하오. 어떤 방법이 있겠소?"  
주위에 있던 자가 말했다.  
"그가 이 곳으로 오면 신이 한 사람을 결박하여 왕 앞으로 데려오기를 청합니다."  
왕이 말했다.  
"어떤 사람이오?"  
"제나라 사람입니다"  
"무엇을 잘못 했소?"  
"도적질을 했습니다"  
초나라 왕은 그렇게 하도록 허락했다. 잠시 후 안자가 도착했다.  
초나라 왕은 안자에게 주연을 베풀어 주었다. 주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두 명의 관리가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의 앞으로 데려왔다. 왕이 말했다.  
"결박당한 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제나라 사람인데, 도적질을 했습니다."  
왕은 안자를 보고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진실로 도적질을 잘하는군."  
안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귤이 회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다릅니다. 그러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백성들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적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적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적질을 잘 하게 하는 것입니다."  
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성인은 농담을 하지 않는다고 하오. 과인이 오히려 부끄럽군요."  
제나라 출신의 죄수를 안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안자의 명성을 눌러 보려던 초왕의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출전] '안자춘추(晏子春秋)' 내잡(內雜) 하(下) 편

해외에 사는 재미 가운데 하나가 거리낄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父子之間에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닐 때가 있다. 한국에서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짓거리다.
내 과거를 아는 친척이나 동기가 없는 관계로 체면이나 가풍에서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다른 한편 그 누리는 자유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에릭 프롬이 주장한 ‘자유로부터의 도피’개념이 본성에 충실하여 외부의 어떠한 굴레도 벗어버리는 것이 자유라는 의미로 통하나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서구식 해석이요, 내면을 중시하는 동양적 사고와는 전혀 별개로 보인다.
서구적 자유개념의 해석은 인간 본성, 곧 五感에 충실한 것으로 통하나 이는 내가 주인이 아닌 오감이 주인이 되어 나를 통제하는 또 다른 속박일 뿐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님의 명언처럼 그 오감에서마저 자유로운 참 자유를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생활에서 내 성깔대로 휘젓고 사는 것이야 個人事이겠으나  동물적 자유개념을 인간의 자유개념인양 설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오는 토요일, 다시 한국의 장터가 열릴 예정이다. 자유와 전통을 혼동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 날을 교육현장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에서 자라 웃어른에 인사하는 법이 서툰 자식들을 앞세우고 한국사람 즐비한 [한국 축제의 장터]에 나가 자유란 전통 속에서 더 풍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물론 어른들이 모범이 돼야겠지만 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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