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도대체 신뢰의 의미 알고는 있나"

노변담화 KBS 통해 첫 전파, 신뢰·희망 강조…누리꾼 진정성 물음표
이석주 | 입력 : 2008/10/13 [10:43]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라디오 주례연설을 실시했다. 청와대의 기획단계에서 부터 숱한 잡음을 유발했던 이른바 노변담화를 이날 오전 7시 15분 부터 8분 30초 간 라디오 전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뢰와 희망을 강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다.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노변담화가 실제로 전파를 타자, 방송 결정 이전 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 육성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달고 나섰다.
 
"신뢰는 말로서 이뤄 지는게 아닌데...."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신뢰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신뢰야말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있는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그러나 신뢰라는 단어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그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보여준 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문자그대로 라디오 연설에서 밝힌 신뢰 자체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들로 부터 너무나 많은 신뢰와 도덕성을 잃었다.이제는 되돌릴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진실의 말씀을 하셔도 거짓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뼈저린 반성을 통해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 (이영순)
 
"신뢰는 말로서 이뤄 지는게 아니다. 지도자부터 신뢰를 줘야 한다" (이제는)
 
"신뢰는 본인이 먼저 깼으면서 지금에 와서 신뢰를 운운한다. 대통령 귀엔 전봇대를 꽂았으면서 소통을 운운한다. 답이 나오지 않는다" (clara)
 
"도덕, 신뢰, 믿음 이런 단어의 뜻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표광식)
 
"이명박 대통령님, 제발 그 신뢰라는 단어는 좀 안쓸 수 없는지" (윤실장)
 

"국가부도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니..."
 
이 대통령이 강조한 또다른 단어는 희망.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 "우리에겐 희망이 있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말하는가 하면, "물론 우리가 지금 어렵지만, imf 외환 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위기라는건 다 느낀다. 아니,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국가부도가 날것같은 이상 징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모를것 같나? 고작 라디오에 나와 위기가 아니라고 떠들면 끝날거 같나? 특단의 조치를 세워야 한다" (도리도리)
 
"이명박 대통령은 또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 지금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다. 지금 정부여당의 모습으로는 대한민국에 희망도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나 짱이야)
 
"mbc, 공영방송 살아있음을 보여줘"
 
한편 이 대통령 연설내용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 누리꾼들 반응과 달리, mbc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의견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와 맞물리면서, 라디오 연설 방송취소 결정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mbc의 결단을 환영한다. 이 대통령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마인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앞으로도 방송되지 않길 바란다" (손정둥)
 
"kbs노조여, 정녕 권력의 나팔수가 되려는가. 만일 땡박뉴스가 방송되면 민주주의와 정의를 생명처럼 여기는 우리국민들과 민주시민들은 지체없이  kbs시청료납부 거부운동에 돌입할것임을 경고한다" (태백산맥)
 
"하마터면 공영방송 mbc에 크나 큰 오점을 남길뻔 했다. mbc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현명한 판단 덕분에 방송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고 공영방송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mb 논쟁)
 
mbc-sbs 방송 안해, kbs도 논란 의식한 듯 민주당 반론 내보내

 
앞서 mbc 측은 이 대통령의 방송을 놓고 "공영방송인 mbc를 이명박의 나팔수로 만들순 없다"는 내부 논란이 일자, 12일 오후 5시 긴급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라디오 주례 연설을 방송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실제로 이날 mbc는 오전 7시15분 이대통령의 육성을 내보낸 kbs와 달리, 동시간대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예정대로 내보냈다. 청와대의 기획 단계에서 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번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방송거부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kbs 라디오는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시간대에 대통령 경제 위기 극복 연설 8분 30초라는 제목으로 라디오 연설을 내보냈다. kbs는 그러나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를 편성했다.
 
이밖에 sbs는 민영방송이 대통령 연설을 방송할 필요가 없다고 일찌감치 미방송 결정을 내렸으며, 보도전문 케이블 채널인 ytn과 mbn도 연설 전체를 방송하지 않고 뉴스를 통해 주요 내용만을 전달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각 방송사들의 이같은 편성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에 비난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치적 이유 등으로 방송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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