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상설과 북의 중대결단

[분석과전망] 김정일위원장 건강논란 배경과 전망
이창기 기자 | 입력 : 2008/10/22 [06:08]

▲ 김정일위원장의 북한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 시찰     © 자주민보
 
▲ 김정일위원장의 북한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 시찰     ©자주민보


 

북이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 보도에 이어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북한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 시찰을 보도했음에도 남측 언론과 인터넷에서서 여전히 건강이상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후계구도까지 전면 취급한 스페셜 방송까지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의혹이 커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에서 공개한 여성포중대 시찰 사진의 배경을 보면 녹음이 우겨져 있어 최근 시찰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기에 더욱 의혹이 커진다는 전문가의 견해까지 보도하고 있다.

일반 언론이야 북 언론의 속성을 잘 몰라서 그럴 수 있지만 대북전문 언론들까지도 이런 분석을 내놓고 있어 의아하다.


건강이상설의 문제점들 

북의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대해 늘 한 두 달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도해 왔다.

특히 현지지도 날짜는 거의 보도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여성포중대 시찰사진도 북에서는 언제 찍은 것이라는 언급을 일절하지 않았다.

따라서 8월 중순경에 북의 언론이 보도한 현지지도는 이미 그 전 6월이나 7월에 진행한 것이고 최근에 공개한 것은 8월 혹은 9월에 진행한 현지시찰 사진으로 봐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녹음이 우거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여성포중대 사진을 보면 따뜻한 기온에서만 자랄 수 있는, 꽤 큰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곳이었다.

이것은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는 해안지역 중에서도 최대한 남쪽으로 내려온 지역 즉, 온화한 기후의 전연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런 기후에서라면 9월에도 얼마든지 풀과 나무에 녹음이 짙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남측에 회자되고 있는 건강이상설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포중대 시찰에 대해 보도했을 리도 없다.

북에서는 건강이상설이 나온 초기부터 이를 모략이라고 단정 짓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모략을 해명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바쁜 시간을 내서 현지시찰을 진행한다는 것은 존엄을 강조하는 북의 외교전통과 관례상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북의 언론은 해오던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군부대현지시찰 소식을 보도했을 뿐인데 남측에서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해석 국민들을 의혹의 도가니에 몰아넣고서는 이제는 후계구도에 따른 남측의 대응전략을 고민할 때라는 둥, 북의 급변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둥 북과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 중순부터 10월 초 축구경기 관람시기까지 약 50여일간 북의 언론보도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에 의문을 품을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보도했듯이 당시 북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북은 2차 핵시험을 단행할 것이라고 미국에 최후통첩을 보냈었다.

2차 핵시험은 미국과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 각오해야만 취할 수 있는 조치이다. 이런 극한 북미대결 시에 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론노출을 늘 신중하게 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차원이었음이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증명된 것이다.

결국 미국은 북의 2차 핵시험과 같은 강력한 물리적 조치가 두려워 테러지원국명단에서 북을 삭제했고 그러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의 언론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건강이상설의 배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힐 차관보가 평양으로 들어가서 막후협상을 진행하기 전 미국의 정보기관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소위 벼랑끝전술이라고 하는 북의 강력한 물리적 조치 경고에 밀려 북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게 되면 결국 미국이 북에 또 다시 굴복했다는 국제사회의 조롱을 면할 수가 없게 된다.

미국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물타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달 넘게 언론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이용하여 건강이상설을 유포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언론들은 이런 미국의 조종을 무비판적으로 추종 일파만파로 사건을 부풀려왔던 것이다.

거기다가 북미관계가 개선되게 되면 결국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남측의 반북친미세력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계기로 급변사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북 무력 증강의 필요성과 한미군사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남측 친미세력의 이해를 활용하여 소위 왁사탄이라고 하는 낡은 전쟁예비물자(wrsa-k)를 한국에 팔기로 국방부와 합의를 보았고 그 외에도 효용가치가 떨어진 무기들을 마구 팔아치우고 있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만에도 막대한 무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미국 경제악화에 따른 호구지책의 의미도 있지만 6자회담 진전에 따라 축소 혹의 폐기해야할 전쟁 물자를 미리 팔아치우자는 속셈에서 나온 것일 수가 있다고 본다.


예상되는 북의 대응

북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 이후에도 미국에게 실질적인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결코 10.3합의는 이행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이미 경고를 누차 내놓고 있다.

정치적 적대관계를 실질적으로 청산해야 한다는 북의 요구인 셈이다.

따라서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한미군사공조를 통해 북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거나 북의 자유로운 대외 경제교류 활동을 방해한다면 북은 단호하게 대미물리적 조치를 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의 2차 핵시험을 막지 못하면 일본, 대만, 한국 등등 20여 나라가 바로 핵무장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의 핵 패권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며 제국주의 패권도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는 경제마저 어려운 미국을 회복 불능의 재앙으로 안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미국에게 치명적인 일인지는 부시대통령도 인정한 셈이다.

사실 2차 핵시험과 같은 북의 물리적 조치 우려를 빼고 나면 집권말기에 부시대통령이 대북테러지원국 해제조치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

특히 대북테러지원국해제가 같은 공화당 후보인 매케인 대선 후보에게도 악재일 뿐 도움이 될 리도 없다.

북은 미국의 이런 취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이 물리적 조치를 주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김정일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유포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북을 자극하지 않으려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북은 이미 경고를 내놓고 있다. 10.3합의에 따른 에너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도 영변핵시설 불능화조치를 끝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납치자 문제로 일본이 에너지 지원을 거부하자 미국은 일본을 대신할 나라를 찾았다고까지 발표하면서 북을 달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문화재 환수와 배상 문제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통한 북일관계개선은 10.3합의 중요한 공약사항이다. 일본이 계속 이 협상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10.3합의의 파산을 의미하게 되기에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등 관련국들도 일본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에 있어 북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적대시정책이 계속 된다면 남북교류 전면중단과 중대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이미 내놓은 상태이다.

남북교류 전면중단은 개성공단과 개성관광 등의 중단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지만 중대한 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군사적 조치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예상된다.

특히 북이 주장해 온 내용을 종합해보면 미확정된 서해해상분계선과 관련하여 그간 북이 주장한 경계선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은 남과 북의 군사적 안정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서해해상분계선을 확정짓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해왔으며 10.4선언에서 밝힌 서해평화지대를 통한 해결책이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주장해왔다.

북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10.4선언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서해해상분계선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국제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북은 중대한 결단이라고 표현했을 수 있다.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0차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남북대화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4.양 장관은 6자회담이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따라 북한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며 그간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음을 확인하였다......

5.양 장관은 상호 관심 현안들을 다루기 위해 남북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남북 관계 관련 사안들에 대해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안보 환경에 있어 어떠한 미래의 변화와 새로운 수요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제40차 한미 안보협의회 공동성명 중에서

이렇듯 북이 반대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미국방장관이상호 관심 현안들을 다루기 위해 남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였고 9.19공동성명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하루아침에 남북관계가 북미관계가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미국도 이제는 북과 대화를 통해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만은 인정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악화를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남측도 북과 군사적 대결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이제는 계속 적대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는 정전상태 즉, 잠시 쉬고 있을 뿐 여전히 전쟁 상태에 처해있다.

국민들은 하루빨리 이 위험한 정전상태가 종식되고 평화적인 통일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곧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이 북을 방문한다고 한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열어줄 통로를 만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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