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훨씬 넘은 야심한 시간에 런던 경찰청 스코틀랜드 야드 앞에서 한 노인이 수상한 박스를 힘겹게 끌고 가고 있다. 무슨 일일까?
보고 대상: 동양계 괴짜 노인. 출현 시각: 금일 오전 1시 24분. 이동 속도: 시속 1 마일 정도의 매우 느린 걸음. 이동 방향: 스코틀랜드 좌측 건물로 향하고 있음. 특이 사항: 노란 박스안에 있는 물건은 폭발 위험이 없는 rice(밥)으로 추정되며 수색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임. (지난 번에는 수색하다가 먹어보고 밥으로 확인되어 노인에게 혼쭐이 났음. 또한 빨간색 한국 케찹을 확인차 먹어보다 매워서 죽을 뻔 했음. )
이 노인이 찾아 온 곳은 바로 여기 경찰청 옆에 있는 건물이다. 그런데 자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이 노인은 왜 이곳에 왔을까? "아그들아 일어나라, 내가 왔다."
이들은 집이 없어 거리에서 자고 있는 홈리스(homeless) 들이다. "별일 없었지?" "그럼요, 거지에게 무슨 별일이 있겠어요, 불이 날 집도 없는데...." "그래도 배낭은 꼭 베고 자라, 그것마저 누가 집어가면 진짜 알거지 된다."
“배 많이 고프지? 자 어서들 먹어,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콜라도 가져왔다.” “그저께 먹은 점심을 안 씹고 삼켰더니 아직 소화가 안돼서 별로 안고파요…, 내일 아침에 먹을께요” “그러면 겨울이라 얼어버릴 텐데?” “괜찮아요, 아침 햇빛렌지에 20분간 땡하면 돼요……”
“나도 이사람 알아요 만델라 대통령이네요?” “맞아, 그리고 저 위에 있는 분은 내가 존경하는 한국의 프레지덴트 박이야”
반찬은 김치하고 고추장뿐이지만 잘 먹는단다. 케첩을 얹어서 퓨전스타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넉넉치 않은 연금을 탄돈으로 마련한 음식이라 반찬이 초라하지만 가끔씩은 생선시장에서 얻어 온 연어 짜투리를 넣어 주기도 한다. 11살 때 6.25를 맞아 단신으로 짚새기 하나 신고 월남하여 너무 배가 고파서 고생했던 기억을 못 잊어서 이렇게 밤마다 거지들에게 밥을 나눠 준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모으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신 것 같다. 70이 넘은 연세에도 컴퓨터를 배워서 이메일로 편지를 쓰시겠다고 열심이시다. 한글 영문 둘 다 배우시겠다고 왼쪽 컴은 한글 오른쪽은 영문 윈도우를 깔았다.
낮에는 뉴몰든에 있는 장애인센터에서 장애아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한다, 영어 선생님과 센터 관리인이 웃으며 누군가를 맞고 있는데……. 과연 누굴까?
바로 영어를 공부하러 온 노영하 노인이었다. 노노인은 월남하여 미군부대에서 일하면서 배운 브로큰 영어(broken english)로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다하시지만 앞으로는 좀더 퀄리티 있는 영어를 써 보겠다고 하신다. 영어가 엉터리라서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영국사람들이 엉터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나서 공부하신다고 한다. [ 글쎄…? 이 분의 행적이 다소 기이하기는 하지만 엉터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정말 엉터리가 아닐까? ] <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 <저작권자 ⓒ London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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