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아이콘 런던아이(London Eye)

김지호 | 입력 : 2010/05/23 [14:52]

‘뉴욕-런던-파리’ 하면 세계 최일류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최고의 아이콘들이 그 도시를 상징하고 있다. 뉴욕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과 더불어 런던의 빅벤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은 지난 세월 찬란했던 영화의 기념비 역할과 함께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최고급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 london eye    ©런던타임즈 londontimes


그러나 21세기 런던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올해로 건립 10주년을 맞은 밀레니엄 조형물인 런던아이(london eye)가 역동적인 런던을 상징하는 새시대 아이콘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런던아이는 1999년 12월 31일 공식 개장된 이래, 10년간 3,600만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런던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런던아이는 ‘선데이 타임즈’와 건축협회가 1993년에 개최한 ‘밀레니엄 랜드마크’ 응모전에 제출했던 마크씨 부부의 작품이었다. 100개 이상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접수되었지만, 주최측은 아무것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당선작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마크씨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이 회사를 설립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런던아이가 세워진 장소를 관할하는 람베스 구청에 건립허가를 신청하는 한편, 자금 마련을 위해 20개가 넘는 여러 은행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누구도 이들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건립계획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러한 이야기가 ‘이브닝 스탠다드’에 의해 소개되었고, 이를 본 ‘브리티시 에어웨이’ 항공사가 전격적인 투자를 결정함으로써, 7년의 공사 끝에 런던아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완공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회의적으로 여겼다. 특히 고풍스러운 런던의 미관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에 5년간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받침대의 구조가 비스듬한 외팔 형태인, 칸티레버(cantilever) 스타일의 아름다운 런던아이는 템즈강변의 고풍스러운 건물과도 잘 어울리며, 오히려 어두운 런던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며 생동감을 주고 있다.  

또한 런던아이는 유럽 첨단 기술의 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가공한 영국의 철강과 독일의 베어링, 이탤리제 글라스로 프랑스에서 제작한 캡슐 등 최고급 소재와 기술이 사용되었다. 

많은 이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어렵게 탄생한 런던아이는 지금은 연간 400만 명이 즐겨 찾는 런던의 명소가 되었다. 격조 있는 베네치안 글라스로 구성된 달걀형 캡슐은 결혼식이나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런던아이 주변의 템즈강변에는, 각처에서 모여든 흥행사들이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런던아이가 영국관광에 기여하는 효과도 대단하다. 연간 460만 정도가 찾는 대영박물관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볼거리가 늘어난 덕분에 작년 한해 해외 관광객수는 1,200만을 돌파하여 900만을 기록한 경쟁도시 파리를 앞질렀다.

그 때문인지, 요즘 에펠탑과 런던아이가 벌이는 신경전이 날카롭다. 연 관광객 600만을 자랑하는 에펠탑에서는 “프랑스 전역의 네트워크를 커버하는 안테나가 있는 에펠탑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오랫동안 식사도 할 수 있다” 하면서 “런던아이는 30분 정도 타고 내려야 하는 커다란 자전거 바퀴일 뿐”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런던아이측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에펠탑에 한번 가보고 나면 누가 또 가고 싶겠나? 우리는 22% 정도가 또 다시 온다” 라고 응수하고 있다.

런던아이의 비약적인 성공에 자극 받은 여러 나라들이 잇따라 비슷한 조형물을 세웠다. 중국 강서성에 지은 난창의 별(160m)이나 싱가폴 플라이어(165m) 등은 런던아이(135m)보다 조금씩 더 높게 지었지만, 수려한 미관의 런던아이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런던아이는 칸티레버 형태로는 아직도 세계 최고의 높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대성공을 이룬 런던아이 프로젝트에도 잠시 위기가 있었다. 밀레니움 조형물의 단기 비치계획에 따라, 건립 장소를 연 6만4천 파운드 지불 조건으로 5년간 임대 계약했었다. 만기가 된 2005년에 연장계약을 하려 하자, 땅의 소유주인 south bank centre가 욕심을 내어 약 40배가 인상된 연 250만 파운드를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당시의 런던시장까지 나서서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지키겠다”고 공언하면서 “서로 원만히 해결하지 않으면 그 지역을 시에서 강제 수용하겠다”고 압박하였고, 결국 50만 파운드 선에서 합의되어 향후 25년간 연장계약이 되었다. 런던아이를 포함한 그 일대의 땅은 런던시가 광역런던과 분리될 때, 자선단체라는 이유로 현 소유주에게 단돈 1 파운드에 불하되었던 곳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은 폭발적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높이 올라가 내려다 보는 고전적인 재미를 신기술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현대 감각에 맞게 구현시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big wheel 
사실 런던아이는 새롭게 창조 된 아이디어는 아니다.  1895년 영국 얼스 코트(earls court) 전시장에 세워져 10년간 운행했던 94m 높이의 빅휠(big wheel)이 그 전신이다. 처음에 5년을 계획했던 런던아이 프로젝트도 그처럼 한시적인 운영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휠은 당시에 상당한 인기가 있었으나, 가끔씩 고장을 일으켜서 높이 올라가 있는 캡슐 안에 승객들이 하염없이 갇혀 있기도 했다. 그런 경우에는 승객들을 위로하고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당시에는 거액이었던 10파운드씩을 보상금으로 지급했었다. 하루 종일 사라졌거나 늦게 귀가한 남편들이 궁하면 빅휠에 갇혔었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었다고 전해진다. 

런던아이의 경우에서 보듯이,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굳이 새로운 것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해 과거의 향수를 현대감각에 맞게 재 구현하는 것도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 요즈음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아이패드도, 책을 본다는 고전적인 욕구를 현대의 테크놀로지로 만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런던아이와 닮은 꼴이다. -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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