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화약고 아이슬란드 화산

'Act of God' 신의 손에 달린 미래
김지호 | 입력 : 2010/07/06 [13:21]
최근 시작된 아이슬란드 화산의 활동은 항공대란을 일으키며, 모처럼 기지개를 피려 하는 세계의 글로벌경제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슬란드 화산은 세계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유럽에 위치한 화약고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자연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의 대변혁을 초래해 왔다. 변화가 일정한 틀을 벗어나면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1783년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라키화산이 8개월 동안 쏟아낸 화산재와 유독가스가 유럽대륙을 뒤덮으면서 가축들을 죽이고 이상기온을 유발시켜, 주민들의 4분의 1이 굶어 죽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여파로 반복된 기근과 빈곤은, 결국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화산재를 뿜어내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현재는 활동을 멈추고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화산재로 인한 유럽의 항공대란은 이제 수습국면에 들어간듯하다. 하지만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화산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인근 화산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더 큰 카틀라 화산은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과 비슷한 시기에 폭발했던 기록이 있다.

직접적인 피해자 항공사들

화산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항공사들에 집중되었다. 운항 중단조치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유럽의 항공사들은 승객들로부터 제기된 배상 클레임에도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일랜드에 본거지를 두고 전세비행기를 운항하는 라이언에어(ryanair)의 경우, 지난 4월의 운항중단으로 인해, 승객 30만 명으로부터 5천만 유로에 달하는 클레임을 받았다. 이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약한 탑승편을 제공받지 못한 승객들의 숙박료와 식대를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유럽연합의 eu261 규정에 따른 것이다. 

▲ 개점 휴업    ©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라이언에어의 오리어리 회장은 “이 규정이 ‘전세운항’을 ‘사기운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어떤 녀석들은 30유로짜리 티켓에 대한 보상으로 3000유로를 요구하고 있다”고 격렬한 어조로 비난하면서, “터무니 없는 클레임 상위 10~20개를 골라 (소송을 통해) 거부함으로써, 불합리한 규정이 바뀌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라이언에어는 화산폭발로 입은 손실액 중 4천만 유로가 유럽연합의 성급한 운항금지 조치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유럽법원에 제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유럽의 항공사들도 각국의 정부에 운항금지조치로 인한 손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항공사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수긍하고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한 조달능력의 한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방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교통부 장관 미세스 빌리어스는 “항공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고 하면서 “배상이 아닌 지원을 고려하고 있지만, 유럽연합으로부터의 구호지원금이 필요하다” 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실질적 어려움은, 이번 사태가 일회성 돌발사안이 아니라는데 있다. 장관은 또 “지금은 화산활동이 멈췄지만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지난 4월과 같은 혼란을 피하기 위한 대책수립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일정한 주기로 활동해왔던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지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대체로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화산폭발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항공사와 같은 기업들은, 향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지제트(easyjet) 항공사의 경우에는, 100km 전방에서 화산재 구름을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레이더 장치를 개발하여 꼬리날개에 장착하고 시험운행 중이다.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 논란

유럽의 학계와 법조계에는, 화산폭발로 야기된 항공대란 사태가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 (force majeure)’ 조항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결론에 따라 보험의 수혜와 계약이행의 차질 등에 대한 클레임 성립여부가 결정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논란은 직접적인 영향으로 적용을 한정한 합동계약위원회(joint contract tribunal)의 약관인 jct2005 에 따른 것이다.   

‘운항중단사태는, 화산폭발의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고 화산재가 기류에 의해 유럽상공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므로, 특별히 예외적인 기상조건에 해당한다’는 것이 적용불가의 논리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불길이 솟을 때 옆으로 번진다면 그것도 바람 탓이냐’ 면서 ‘이는 화산재가 위로만 솟아야지, 왜 옆으로 퍼지냐고 하는 억지’ 라는 것이다.

어떤 결론이 나던, 앞으로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 의한 직접피해도 불가항력 조항에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위험은 사전에 인지된 리스크로 취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산폭발이 재개되어 유사한 항공대란이 발생할 경우, 서비스나 물자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계약체결 시에는, 화산폭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해 전문적인 법률자문을 거친 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예상치 못했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

화산폭발로 초유의 항공대란을 경험한 유럽의 정부와 기업들은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예견되는 미래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가 증가하고 현실화 됨으로써,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외형의 확대보다는,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 사이에 화산폭발이 현실적인 미래위험요소로 급격히 부상하면서, 신속한 물류와 인적 교류를 전제로 하는 세계 글로벌화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좀더 안정적인 공급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다변화와 함께 동선을 줄이기 위한 지역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급변하는 불확실성 시대의 키워드는, 무엇보다도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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