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푸라기가 아니라 금푸라기죠"

짚풀은 나의 두번째 배우자...민족의 삶 짚풀에서 찾죠
박물관뉴스 | 입력 : 2008/02/11 [13:24]
▲ 짚풀과 제2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인병선 관장.     ©박물관뉴스
"이제 짚풀은 지푸라기가 아니라 금푸라기라고 보아야죠. 또한 짚은 나에게 신동엽 시인을 만난데 이어 두번째 배우자라고 보아야 하죠. 말 그대로 짚풀에게 시집갔습니다."
 
  30년째 짚풀에 미쳐 외길을 걸어오고 있는 인병선 짚풀생활사 박물관장(74) 의 삶의 철학이 들어 있는 말이다. 인 관장은 30년전 카메라를 들고 우연히 찾은 농촌에서 짚풀의 매력에 빠진 이후 30년이 흐른 오늘도 농촌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런 인 관장에게도 아쉬운 곳이 너무나 많다. 10년내에 짚풀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 농촌 노인 인구가 고령으로 인해 제작 방법이 전수 되지 못한채 역사에서 사라질 운명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수 비디오를 제작해 현재는 40편의 비디오를 기록으로 남겨 놓은 상태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관장은 앞으로 100편의 비디오를 제작해 놓으면 우리 후손들이 비디오를 통해 수공예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짚풀과 연을 맺고 농촌의 짚풀 문화를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인병선 관장을 만나 짚풀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짚풀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모든 일이 그렇지만 내가 짚과 인연을 맺은 것도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으로 인해 우리 농촌의 전통이 급속히 해체되기 시작했다.
 
특히 새마을운동이 본격화 되자 우리 전통의 짚으로 되어 있었던 초가집이 농촌에서 자취를 감추고 슬레트와 기와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당시 사진에 빠져 있었던 나는 농촌을 방문해 사진을 찍다가 정말 우연히 짚과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이후 짚의 매력에 빠져 30년째 한길을 가고 있다.
 
- 민족성과 짚과의 관계는.

나는 짚에서 서민들의 진솔하고 한국적인 맛을 느낀다. 당시 나는 답사를 많아 다녔는데 수천년 동안 이 땅에서 나는 식물과 볏집은 우리 생활을 풍성하게 해 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런 점에서 사라지는 짚풀의 역사에  대해 누군가는 정리하고 이를 계승해야 한다고 보았다. 짚풀에도 역사가 있는데 쓰레기 처럼 사라지고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 짚풀이라는 용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벌써 30년 됐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했는데 하면 할 수록 엄청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짚풀이라는 것은 농민의 문화고 생산문화다. 처음에는 짚 다음에 점(•)이 있어 짚•풀이엇는데 나중에 점이 떨어 지면서 짚풀이 됐다.


짚풀이라는 용어를 현재도 문화재청에서는 초고 공예라고 한다. 이것은 한자인데 현재는 짚풀이라는 용어로 정착됐다. 어떤 측면에서 짚풀이라는 용어를 만든 장본인이 내가 아닌가 생각한다. 
 
- 짚이 생활에서 갖는 의미는.

우리 민족은 짚으로 안한 것이 없다. 그래서 짚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엄청난 금맥을 찾은 것과 같았다.
 
 이거 정말 기가 막히다 생각했고 찾아도 찾아도 끝없이 나왔다. 이후 짚풀을 수집하면서 현장을 찾아 짚풀의 역사를 발로 쓰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어느 책에도 짚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짚풀은 천한 것이어서 이를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지천에 널린 것이 짚풀 아닌가. 지푸라기는 너무 흔하게 사용햇다. 물에 빠져도 지푸라기를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이제는 자라나는 후세 세대에게 귀중한 문화유산을 가르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짚으로 만드는 생활 용품 제작 과정 비디오로 담고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몸이 

많이 망가지기도 했다.

이처럼 사라져버리는 것들을 다시 쓸모있게 만드는 과정을 직접 편집해 40여편의 동영상을 만들어 박물관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가 문제다. 앞으로 100편 정도만 만들어 놓으면 이를 재현하는데에는 일정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짚풀의 미래는.

현재는 기계가 모든 것을 만드는 시대에 대량생산 체제에 살고 있다. 그러나 웰빙과 환경의 문제를 생각하면 직접 짚풀을 만드는 수제품 시대가 다시 와야 한다. 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박물관 속에서 짚풀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짚풀 프로그램은 치매노인 등의 치료에도 획기적인 치료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짚푸라기가 아니라 금푸라기라고 보아야 한다. 
 
▲  앞으로 100편의 비디오를 제작해 짚풀 제작 과정을 후손들에게 전하겠다는 인병선 관장.     ©박물관뉴스
- 박물관을 연 목적은.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박물관을 열었다.
 
- 보람있는 일이 있다면.

신동엽 시인을 만난데에 이어 짚풀을 만난 것은  두번째 행운이다. 현재는 금맥 잡았다는 생각이지만 관리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현재는 짚풀에 말 그대로 올인했다.  두번째 배우자가 짚풀이다. 말 그대로 짚풀에 시집간 것이다.
 
- 짚풀의 보존방안은.

수집, 관리 등 모든 것이 어렵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현재는 짚신을 삼을 수 있는 노인들이 다 돌아가시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다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점이 아쉽다.

-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는.

카메라 등을 들고 농촌 현장 등을 나갈때가 가장 즐겁다. 거기에는 민족의 삶의 흔적이 흠뻑 젖어 있기 때문이다.
 
- 박물관 체험학습이 갖는 의미는.

박물관의 체험학습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 현재는 거의 없다. 체험학습은 아이들의 인성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다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박물관은 주제가 있고 끊임없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유물을 모으는 것은 중독성이 있는데 차별화 된 컨텐츠를 고민하고 이를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본다.
▲ 전보삼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인병선 관장.     ©박물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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