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1년7개월만 북미대화 갖는다

클린턴, "북한 김계관 이번 주말 미국방문" 직접 발표 美 비핵화 선행조치 강조 예정, 北 태도변화 여부 관건
뉴욕일보 김소영 | 입력 : 2011/07/26 [09:50]
▲어색한 북미,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오전 인도네시아 발리 국제회의장(BI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뉴욕일보


지난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1년7개월만에 처음으로 북한 고위 당국자의 방미를 계기로 북?미 당국간 대화가 열린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4일 "이번 주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관련 해설 4면]

보스워스 대표의 방북 이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계획 공개 등 북한의 도발적 행동들로 이어진 긴장과 대치의 시간을 거친 후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는 북미대화이기 때문에 의미가 적지 않다.

외견상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비핵화 회담 이후 그리 긴 시차를 두지 않고 열리는 북미대화이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며, 6자회담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당사자들의 의지가 엿보이는데다, 외국 순방 중인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계관 부상의 방문 사실을 직접 발표해 북미대화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대화의 사전적 환경은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발리 남북비핵화회담’· 개최로 북미대화를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의 조건이 충족되자 미국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양새이다. 전략적 인내 방침을 내세우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우선 강조해오던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대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관여(engagement) 방침으로 전략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수용한 것은 미국 국내적으로도 "대화도 없이 시간만 끌다 북한 핵역량을 더 키워주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데다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지하며 동북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 자체만으로 국면 변화에 급격히 무게를 두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미국내에는 강하다. 클린턴 장관도 성명에서 뉴욕 북미대화를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라고 규정했다.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살펴보는 회담으로 삼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화에 복귀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북한에 보상할 생각은 없다"며 "과거 합의했던 행동들에 대해 새로운 것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또 단지 과거의 그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길게 끄는 회담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화→보상→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거와 같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왔다는 것 자체에 보상을 하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 9.19 공동성명 합의사항만을 ‘말로만’ 다시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북미대화의 진전이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북미대화가 열리더라도 이 테이블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향후 국면의 열쇠라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환상이 없다"는 입장을 사석에서 일관되게 피력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 들뜨지 않고, 대화의 ‘실체(substance)’를 바탕으로 대북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표가 이끌 것으로 보이는 뉴욕 북미대화팀은 김계관 부상에게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이행을 위한 사전적 조치들을 분명히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UEP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 중단 ▲핵시설 및 미사일발사 모라토리엄 선언 등 비핵화의 진정성을 북한이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조치들을 북미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관계 안정을 위해 남북대화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강성대국 실현, 권력승계, 경제난 등 내부적인 요인을 안고 있는 북한도 미국 등 외부와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요구가 있다. 미국의 요구에 북한이 어떤 카드로 호응하느냐에 따라 뉴욕회담이 향후 대화의 추동력에 무게가 실을지, 아니면 지루한 샅바싸움의 전조가 될 것인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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