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일의 한인촌을 형성하고 있는 뉴몰든(new malden)은 런던 시내 차링 크로스 역에서 9.4마일 떨어진 런던 남서쪽 교외에 위치한 조그마한 도시이다. 뉴몰든 이라는 이름은 2마일 남쪽에 위치한 올드 몰든이라는 예전 마을에서 유래한다. 몰든 이라는 이름은 앵글로 섹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mael + duna= 라는 뜻은 ‘언덕을 가로 지르다’ 라는 의미이다. 뉴몰든 언덕에는 대저택들이 즐비하다. 잉글랜드에는 산이 없기 때문에 힐, 곧 언덕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곳이 집값이 비싸고 널찍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뉴몰든은 유럽에서 가장 큰 한국인 이민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킹스톤 바로우에 따르면 약 2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대부분 뉴몰든 근처에 살고 있다. 리치몬드는 또한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난 풍경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리치몬드 힐이다. 세계적 풍경은 그렇다 치고 영국에서 손꼽을 풍경인 것에는 공감하는 편이다. 대부분 평지로 되어있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언덕배기 집들이 값이 비싸다. 풍경이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리치몬드 언덕에서 내려다 뵈는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차도 밑으로 넓은 공터가 보이고 그 공터에는 나무 벤치가 영국 노신사 풍으로 앉아있다. 오늘의 주제는 그 벤치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묘지 앞에 커다란 비석을 세우는 것으로 후손들이 조상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의 의자가 되어 오랫동안 기념된다는 것이 몽상에 익숙한 영국인다운 풍경이다. 이들 벤치의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 나무로 재작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30-40년을 넘어 곧 새 벤치로 교체될 운명에 있는 것도 있고 최근에 자리를 잡은 벤치들도 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망가져 가는 벤치보다 진한 세월을 견디며 품격을 잃지않은 노부부가 연상된다. 천년 만년 기억되자고 돌에 세기고 동판에 세기기 보다는 내 손주뻘쯤에서 풍경과 기억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다. 기억도 어느 정도에서 사라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의 미당 시처럼 내가 죽어 먼 훗날 내가 마음 즐겨 바라보던 풍경을 그 같은 곳에서 내 손주들이 바라보며 어떤 생각으로 할애비를 회상할지도 하나의 행복한 몽상이 될 듯하다.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것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있듯 먼 훗날 '사진 속에 같이 찍은 사람과 그 사진을 보는 것'이 행복이듯... '내가 죽거든 내가 즐겨보던 풍경이 내려다 뵈는 곳에 나무 벤치하나 만들어 주렴' <저작권자 ⓒ London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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