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수감 중 자필 메모 공개…"2006년 테러 이후 삶은 덤,정치란 무정한 것"
장서연 | 입력 : 2024/02/06 [12:30]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공동취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시절이던 2021년 늦가울에 감옥에서 썼던 자필 메모가 5일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 한 호텔에서 개최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미공개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을 반년가량 앞둔 2021년 늦가을 '내가 이 모든 것을 다 지고 가면 해결이 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 메모를 적어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메모에서 "저는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고 운을 뗐다.
박 전 대통령은 "하지만 2017년 10월 16일 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더 이상의 재판 절차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모든 역사적 멍에와 책임을 제가 지고 가는 대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관용을 부탁드린 바 있다"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고 같은 해 10월 자신의 구속 연장이 결정되자 '정치 보복'이라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메모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당일 상황에 대해서는 "담담한 마음으로 비공개 국무회의를 소집했는데, 함께 고생한 국무위원들의 얼굴을 보자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 속으로 피눈물이 흘렀다"고 적었다.
또 '탄핵안 찬성 여당 의원 62명 명단'을 지라시로 접했다며 "정치란 참으로 무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출판된 회고록은 두 권으로 구성됐으며 각각 400쪽 정도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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