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BC287-BC212)와의 인터뷰

시실리를 아시나요?
박필립 | 입력 : 2008/01/16 [14:20]



 

 
▲     ©런던타임즈


'시실리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본 것이 아니다. 시실리는 모든 것의 실마리인 까닭이다.' -괴테-


어느 역사보다 격동의 시기였던 18세기 말, 나이 40을 목전에 두고 있던 괴테는 이탈리아의 여행에서 시실리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오늘 시실리 출신의 대 물리학자이며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bc287-bc212)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대부'라는 영화의 낭만적 배경으로만 알려진 그곳으로 역사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템즈: 선생님께서 시실리에 대한 역사를 간단히 시작해 주시는 것으로 인터뷰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시실리는 bc 9천 년에서 8천년 사이에 주민들이 살기 시작했지. bc 8세기부터 근 300년 동안 그리스와 페니키아가 시실리 양쪽에 자리 잡고 그들의 식민도시를 건설하였어.  bc5세기 중반 무렵에는 페니키아가 북아프이카에 건설한 카르타고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지요. 그랬다가 포에니 전쟁으로 로마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고...

템즈: 선생님께서 제 2차 포에니 전쟁 때 전사하신 것이 두고두고 안타깝게 생각이 됩니다. 부력과 원주율 등 선생님께서 발견하신 과학이 지금도 모든 과학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전사라...지금까지 모든 역사가 살해로 기록돼 있는데 전사라고 들으니 왠지 새롭구먼. 하긴 당시 나는 로마와의 전쟁에서 최고의 공로를 세우고 있었지. 

 템즈: 그 전쟁의 승리로 인해 로마가 지중해의 강자로 떠오른 것 아닙니까?

아르키메데스: 그렇지. 그 후 시실리는 로마의 식량 보급소가 됐어야 했으니까. 결국 시실리라는 보물을 차지한 로마는 그것을 발판으로 전 유럽을 석권하는 첫 발을 디딘 것이라 볼 수이지. 자네들이 살고 있는 시대의 원유 확보 전쟁과 같다고 보면 되네.

 템즈: '움베르토 에코’라는 우리 시대의 교수는 이탈리아에서'시실리인' 이라는 호칭은 카인의 낙인과 같은 배척을 의미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그 정도는  '한국의 전라도출신들에게 씌워진 굴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그가 한국, 그것도 전라도 땅을 언급한 부분에 제가 많이 놀랐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움베르토 에코가 내 까마득한 후배지만 나도 가끔 머리 식힐 때 그의 소설을 읽곤 하지. 어느 시대고 피정복민은 끊임없이 정복민에 대항했던 게 역사의 교훈 아닌가. 로마 이후 근대사, 현대사를 통해서도 시실리는 강자들의 약탈현장에 지나지 않았네. 이탈리아로 흡수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야. 이탈리아 파시스트와 싸우기 위해 시실리 출신들을 이용한 미국은 결국 마피아들에게 힘을 주게 되지. 아마 자네 나라 역사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되네. 특정 지역이 상대적으로 배척이 되어왔다면 그곳은 분명 항쟁의 역사를 가졌다고 추측할 수 있지. 

 템즈: 전라도 지역도 시실리처럼 곡창지대 입니다. 시실리와 마찬가지로 폭력조직 또한 여타지역보다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 무엇인가 풍부한 것이 있었다면 항상 적들의 침략 구실이 되어온 것 또한 역사 아닌가. 그러한 항쟁의 역사를 가진 곳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타지역 출신들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지. 그리고 배척을 당하다 보면 내가 강하게 행동하지 않고는 살아나기 힘들어요. 물론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이쪽 또한 강해질 수 밖에 없네. 자네 시대의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 미국이나 영국의 상황을 보면 테러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내.

 템즈: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우리시대 '중동의 피로 물든 현대사'는 그 원인이 석유에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아르키메데스: 석유가 그곳에서는 저주의 대상이지. 원유가 떨어지면 옥수수 전쟁이 벌어질 것일세. 옥수수를 통해 기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미래 전장은 아프리카로 옮겨지게 될거야.

템즈: 이미 그 전쟁은 시작됐다고 봅니다. 거대한 공룡에게 주어질 먹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세계는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식량으로 먹을 옥수수마저 강대국들의 자동차용 기름으로 사용된다면 굶어 죽는 사람들은 옥수수 재배자들이 될 것 입니다.

아르키메데스: 내 고향 시실리에 여행 온 자네들에게 내가 너무 우울한 얘기만 해준 것 아닌가? 좀 더 밝은 얘기를 해 보세나.

템즈: 인류의 역사란 밝은 것 보다는 어두운 것이 더 많은 것 아닙니까? 시실리 출신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억압에 항쟁하다 보면 경제보다는 예술이 상대적으로 발달한다네. 예술이란 본디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것이기에 말일세. 죽음 앞에서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닌가. 오페라로 유명한 이테리에서 가장 큰 오페라 하우스가 바로 여기 팔라모에 있는 마시모 극장일세.

템즈: 이곳을 배경으로 한 '대부'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폭력조직의 삶이 낭만적으로 묘사된 까닭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폭력집단이 생긴 웃지 못할 일도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진퇴양난(scylla and charybdis)이라는 말이 여기 이태리와 시실리 사이의 좁은 해로(海路)에서 유래했다네. 두 괴물 때문에 항해자들에게는 죽음의 해로였지. 그 중 하나인 스퀼라는 상체는 여자였으나 하체는 여섯 마리의 뱀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캐립디스는 배들을 빨아들여 침몰시키는 소용돌이의 형태인데 오디세우스와 제이슨은 둘다 이 두 괴물 사이를 무사히 통과했어. 내가 이 얘기를 왜 들려주냐면 자네들의 시대는 진퇴양난이라는 것이야. 감각에 몰두하여 물질문명에 먹히느냐 마느냐 하는...

템즈: 저 또한 이 역사 인터뷰를 해오고 있는 부분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 입니다. 문명의 발전이 가져온 불행이 이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우리 시대에 그 불행이 닥칠 지도 모를 정도로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는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르네. 단일문화에서 다문화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 놓는 것이 그 첫발걸음이 될 지도 모르지 않은가. 지금 시실리의 황량함도 선조들이 시도했던 다문화로의 통로를 계승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네. 다양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사회나 국가는 결국 자멸해왔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진리이지. 환경에 맞춰 진화하지 않고는 우물 안에서 종말을 보게 되는 것이야. 똑같은 섬으로 자기 것만 고집해왔던 시실리와 주위의 모든 민족들의 다양성을 용광로처럼 녹여 한 국가로 이끌어온 영국의 예를 보면 잘 비교가 될 것 일세. 환경문제도 마찬가지야.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버리고 모든 피조물들이 공존하는, 문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네.

 템즈: 오늘 우리시대의 문명의 초석을 놓았던 2천2백 년 전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를 통해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려보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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